가자지구 식량 대기줄에 또 이스라엘군 총격…"최소 48명 사망"
교전 일부 중단·구호품 투하에도 참극 되풀이…"새 조치 별 효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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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북부에서 구호품을 들고 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이스라엘의 봉쇄로 심각한 기아 위기가 이어지는 가자지구에서 식량을 받으러 온 주민 수십명이 또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3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한 검문소에서 식량 배급을 기다리던 주민 중 최소 48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AFP 통신은 가자지구 민방위대를 인용해 최소 30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참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가자지구 상황 논의를 위해 2개월 만에 이스라엘을 방문한 가운데 발생했다.

가자시티 시파 병원에 따르면 사망자와 부상자는 인도주의 구호 트럭의 주요 진입로인 가자지구 북부 지킴 검문소에 몰린 군중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은 "북부 가자에서 구호 트럭 주변에 주민 수십 명이 몰려 있었고, 이들이 이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군 병력 인근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력에 위협이 가해졌다고 판단해 군은 인근 지역에 경고 사격을 했으며 이는 해당 군중을 향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오직 무장 세력만 표적으로 삼는다고 주장하며, 민간인 사망을 두고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비난하고 있다. 하마스가 사람들이 몰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3월 초부터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했다가, 5월부터 미국과 함께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제한적 배급만 허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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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배급소에서 배급받은 구호 물자.[UPI=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인도주의 지원 봉쇄가 가자지구 기아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기아로 인해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151명에 달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최근 한 달 사이에 숨졌다.

또 식량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배급소에 몰려 식량을 받으려고 기다리던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는 참극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27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교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구호품 호송대의 보안 경로를 유지하고, 구호품 공중 투하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주의 상황 개선을 위해 내놓은 새로운 조치는 필요한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며, 구호품 접근은 여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에 따르면 최근 새로운 조치 발표 이후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트럭 수는 증가했으며, 지난 29일 하루에만 200대 이상이 진입했다.

그러나 이는 가자지구 200만 인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유엔이 밝힌 수치인 하루 500∼600대에 크게 못 미친다.

일부 구호단체는 현재 가자지구가 직면한 기아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로 필요한 트럭 물량은 하루 600대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가자지구 현지 주민과 의료진은 이번 조치 이후에도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영양실조가 여전히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의료 NGO '프로젝트 호프' 소속 누랄딘 알마이시 박사는 가디언에 "더 많은 구호가 들어올 것이라는 소식은 많지만 현장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여전히 식량은 필요한 주민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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