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법대 위, 낮은 민주주의 —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판사들의 항거"
[칼럼=불교일보] 학불기자 = 2024년 11월 1일,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직후, 사법부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 단순한 판결에 대한 해석의 차원을 넘어, 현직 부장판사들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소집을 촉구하는 사태는 우리 사법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내부 고발'의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주옥 부장판사와 부산지법 노행남 부장판사는 각각 강도 높은 실명 비판을 쏟아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치 투쟁의 선봉장", "법대 위에 앉아 독선과 과대망상에 빠진 자"로 규정하며, 이번 판결이 "사법부 전체를 정치적 신념에 동원한 결과"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대법원장의 사퇴뿐 아니라,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협하는 대법관들의 처신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법관의 실명 비판은 사법부 내 '최후의 수단'에 가깝다. 특히 전국법관회의의 소집 요구는 2018년 '사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일선 판사들이 조직적으로 행동에 나서려는 조짐이다. 이는 단순히 한 판결을 둘러싼 내부 불만이 아니라, 사법부의 정체성과 민주적 책무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로 봐야 한다.
이번 파문은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첫째, 사법부는 과연 정치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둘째, 대법원장의 권한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셋째, 법관 개개인의 양심과 독립은 조직의 논리 속에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침묵하는 다수의 법관들은 지금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
사법부는 정치 권력과 거리 두기를 해왔고, 그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마다 커다란 부작용을 낳았다. 이번 일은 단지 조희대 개인의 판단이나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넘어서, ‘사법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시험대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선택한 길이 '정의'가 아닌 '정치'로 향해 있다면,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사법 불신과 민주주의의 후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