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李 철회·姜 임명' 절충안…고심 끝 묘수 될까
이진숙 '읍참마속' 통해 비판여론 수용…野 협조요구 명분 쌓기

강선우 고수 배경엔 '당정일체 유지' 해석…여론 추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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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4차 수석·보좌관 회의 참석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7.17 hihong@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고동욱 황윤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인사청문 정국의 해법을 고심한 끝에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철회' 카드를 꺼냈다.

이 후보자를 포기하는 대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사실상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굳혔다.

이 후보자를 '읍참마속'함으로써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국민의힘의 목표인 복수 인사의 낙마로 인한 국정 동력 약화를 막기 위해 일종의 절충안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 후보자의 임명을 둘러싼 여론의 향배에 따라 이번 선택이 '묘수'로 남을 수 있을지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고민한 결과 대통령께서는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며 "국회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조속히 후속 조치를 진행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 후보자는 임명하는 것으로 보면 되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임명되지 않은 11명의 후보자 중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만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야권에서는 5∼6명의 장관 후보자를 결격으로 꼽으면서도 특히 이 후보자와 강 후보자를 핵심 타깃으로 삼아 낙마 공세를 펴왔다.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 자녀 불법 조기 유학 문제 등이 교육 수장으로서 결격 사유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강 후보자는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과 거짓 해명 논란 등이 문제가 됐다.

특히 두 후보자에 대해 진보 진영과 시민사회 등 민주당의 전통적인 '우군'에서도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점이 이 대통령의 고민을 더 깊게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내 의원들이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내 보좌진 사이에서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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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이진숙 교육장관 지명 철회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우상호 정무수석이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관 인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 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진숙 교육부 장관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2025.7.20 xyz@yna.co.kr

이에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면담 요구를 수용해 전날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는 등 안팎의 의견을 두루 들으며 심사숙고를 거듭했다.

우 수석은 "여야 원내대표 만남이 끝난 뒤 한 시간 정도 따로 보고드렸고, 대통령께서는 궁금하신 내용을 물어보셨고 거취 등 여러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며 "오늘 하루 종일 고심하신 끝에 최종 결정을 전달해주셨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 것은 새 교육부 장관감을 찾아는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국민주권정부'로서 안팎의 비판에 귀를 열고 여론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고 장기적으로는 국정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야당의 목소리를 충분히 청취하고 일부 주장은 수용함으로써 남은 인사청문 정국에서 협조를 요청할 명분도 얻게 됐다.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때 통상 취하는 모양새인 '자진 사퇴'가 아니라 '지명 철회'를 택한 것도 주목된다.

야권에서 나올 '검증 실패'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이 대통령이 책임지고 결정한 일이란 점을 한층 명확하게 드러내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권의 반대에도 사실상 임명 수순에 들어가면서 '정면 돌파'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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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왼쪽)·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촬영 김주성] 2025.7.14 [촬영 박동주] 2025.7.16

여기에는 강 후보자가 역대 최초의 현역 국회의원 낙마 사례가 될 경우 새 정부 첫 내각부터 '당정 일체' 기조가 약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이 대통령은 1기 장관 후보자 19명 가운데 8명을 현역 국회의원으로 채우며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의 난점을 극복하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부를 정상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런 기조가 처음부터 무너지면 임기 초 국정운영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향후 의원 입각 카드를 다시 사용하기도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다만 우 수석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고려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은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

강 후보자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이 이른바 '국민정서법'의 관점에서는 조금 더 인화성이 높은 이슈라는 점에서다.

따라서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난 이후에도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여론 추이가 어떻게 변할지, 또 강 후보자가 실제 임명된 이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여성가족부를 이끌며 능력을 발휘할지에 따라 이 대통령의 선택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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