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우석스님 "종교의 존재 이유는 행복·위안…문화로 실현"
주지 취임 100일 맞아 비전 선포…문화 행사와 대중 친화 공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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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23대 주지 우석 스님 [촬영 장아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사찰의 본래 목적은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행복감을 주는 것이죠. 화엄사가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하는 것은 종교의 존재 이유를 실천하는 현대적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19교구 본사 지리산 대화엄사 주지 우석 스님은 20일 경내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사회 환경과 포교 현실에 맞는 비전을 수립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우석 스님은 "앞서 덕문 스님이 21대·22대 주지를 수행하며 조계종으로부터 교구 운영의 모범이 되는 본사이자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문화 사찰로 평가받았다"며 "이를 이어받아 미래 100년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종교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종교를 통해 삶의 이득이나 편안함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종교가 문화적인 접근을 할 때 사람들이 삶의 위안을 받고 종교를 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이기에 문화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 종교의 목적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다면 종교가 교리나 종교적 삶을 강요할 게 아니고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우석 스님의 견해다.
이를 위해 화엄사는 봄부터 가을까지 선보인 홍매화·들매화 사진 콘테스트, 요가 축제, 모기장 영화음악회, 음악제 외에 겨울철 문화 행사를 새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 지리산 대화엄사 문화재의 날을 선포하고 매달 한차례 문화재 재능 보유자 작품 전시와 시연을 할 예정이다.
사찰 정원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전남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보제루를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우석 스님은 "신도의 개념은 시주를 하거나 부처님의 법에 따라 기도와 참선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다"라며 "절에 와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친불교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신도라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화엄사는 신도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석 스님은 "사찰은 천 년 전에도 백 년 후에도 시주금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이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다함께 행복을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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