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의 월요이야기 제107호(2025.8.4.)]

- 슈투트가르트 시의 종소리 -

6박 8일의 독일과 크로아티아 출장을 잘 다녀왔습니다. 늘 그랬지만, 금번 출장도 바쁘고 빡쎈 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원래는 7박 9일의 일정이었지만, 대통령과 17개 시·도지사 회의가 갑자기 잡히는 바람에 저는 하루 앞당겨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하계 세계대학경기의 대회기를 세종, 대전, 충북, 충남의 시·도지사가 ‘2027 충청 세계대학경기대회’ 강창희 조직 위원장과 함께 인수하여 왔습니다. 저의 첫 일정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시였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시는 독일에서 6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슈투트가르트 시에 있는 공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그 공원을 둘러보았습니다. 킬레스베르크 공원(Killesbergpark)은 과거 채석장이었다는데, 1939년 제3국 정원 박람회를 위해 개조되었으며, 1950년대부터 연방 정원박람회(분데스가르텐샤우(Bundesgartenschau)와 1993년 국제 정원 박람회(International Gardening Show)를 포함한 수많은 정원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사용되었으며, 10만 종에 가까운 수많은 수종과 아름드리 나무, 산책로, 다알리아 꽃밭, 공원을 달리는 좁은 협궤 트랙이 낭만과 휴식과 여유를 더해 주며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관리비가 들지만, 녹색의 공원은 시가 예산을 들여 시민들에게 선사해야 마땅할 가치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정원박람회를 또 개최할 예정이냐고 물으니, 2043년의 국제 정원박람회 개최를 준비 중 이라 했습니다. 2043년! 놀랍게도 18년 후의 박람회를 지금부터 꿈꾸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국제 정원박람회를 통해 또다시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을 획기적으로 일으킬 계획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매년 9월부터 10월 초까지 3주간 열리는 칸슈타트 축제(독일어: Cannstatter Volksfest)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속축제이자, 뮌헨의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맥주 축제입니다. 참가자가 무려 3백만 명이 넘는 초대형 행사입니다. 그들은 이 맥주 축제를 도시의 자랑이자 기쁨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맥주와 와인의 맛 또한 그들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시는 특히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첨단 기술 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독일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포르쉐, 보쉬, 엑사이트 등 여러 자동차 대기업의 본사가 슈투트가르트에 있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시의 공원을 둘러보고, 벤츠 자동차 박물관을 시찰한 후 시 청사를 방문했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시와 자동차 모빌리티 산업과 정원 산업 등의 공동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그 먼길을 달려 간 것입니다. 시 청사에 들어서자 정면에 펄럭이는 태극기. 태극기는 우리가 방문했던 킬레스베르크 공원(Killesbergpark) 입구에서도, 벤츠 박물관 입구에서도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세종시 대표단 일행을 위해 특별히 게양한 태극기였습니다. 우리를 안내한 현지 가이드는 "수없이 여행 가이드를 해왔지만, 방문지에서 태극기를 단독으로 게양한 경우는 그야말로 처음 본다"며 너무도 놀라며 감격해했습니다. 외국의 출장지에서 우리 세종시 대표단을 환영하며 게양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는 감회는 실로 놀랍고 가슴 벅찼습니다.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상징적 장면이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시 청사는 2차대전 때 완파되어 새로 건립된 청사라 했습니다. 정면의 옥상에 종탑이 서 있었습니다. 종탑에는 크고 작은 종들이 여러 개 매달려 있었습니다. 중세의 성당처럼 멜로디의 연주가 가능한 종탑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크 노퍼(Frank Nopper) 슈투트가르트 시장은 한국에서 온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대화를 해보니, 프랑크 노퍼시장은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인사였습니다. 그럼에도 세종시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세종시의 중앙공원을 소개하면서 슈투트가르트 시의 공원과 세종시의 공원을 서로 벤치마킹하며 정원산업을 발전시키고, 동시에 미래 AI시대가 다가올수록 부각되는 숲과 환경과 녹지와 공원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 슈투트가르트의 맥주 축제를 세종시 중앙공원에서도 공동 개최하면 얼마나 좋겠냐는 제 의견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였습니다. 의례적인 환영이 아니고, 진심이 담겨있는 환영이었습니다. 물론 실무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와 장애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공감하면서 말입니다. 문득 지금 한창 열리고 있을 세종 조치원복숭아 축제 생각도 났습니다. 피치비어나이트.... 프랑크 노퍼 시장에게 저는 시청 옥상 종탑 이야기를 했습니다. 종들로 연주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제안을 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가 상호 업무협약을 사인하는 그 시간에 종탑에서 종들의 연주를 울려 퍼지게 할 수 있겠느냐고 ... 순간 프랑크 노퍼시장은 눈을 반짝이며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또 제안했습니다. “그렇다면 베토벤 제9번 교향곡의 마지막 합창곡인 ‘환희의 송가’를 연주해 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프랑크 노퍼시장이 옆의 간부에게 지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환희의 송가’가 연주될 때 종탑 밑 베란다로 나갑시다. 거기가 더 잘 들리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저와 프랑크 노퍼시장이 업무협약에 사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울리기 시작한 크고 작은 종들의 연주. 땡그렁거리며 울려 퍼지는 멜로디는 바로 그 유명한 ‘환희의 송가’였습니다. 그야말로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가 고향인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가 1785년에 지은 시를, 조국이 독일인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1824년에 완성한 교향곡 9번 4악장의 가사로 사용하여, 단결의 이상과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 전 세계인의 명곡 중의 명곡, '환희의 송가(歡喜의 頌歌, 독일어: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를 저와 슈투트가르트 프랑크 노퍼 시장이 상호 업무를 협력하는 이 역사적 장면에서 시청의 종소리 연주를 들으며 체결한다는 상징적이자 역사적 사실에 실로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프랑크 노퍼시장과 우리 대표단은 종탑 베란다로 나와 기념 촬영을 하면서 굳게 악수를 나눴습니다. 서로가 두 도시의 앞날의 행운과 우애를 다짐하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업무협약식이었습니다. 우리가 슈투트가르트 시를 떠난 후 프랑크 노퍼 시장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고 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p/DMiPCGnMFj0/?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 DBiNWFlZA==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