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에서 범죄 피의자로…첫 공개 소환된 김건희는 누구
문화예술 사업가로 활동…2012년 '12세 연상' 尹과 결혼하며 주목

대권 후 2년11개월간 끊임없는 구설…대통령 위 'V 0' 회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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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5.6.3 [공동취재] nowweg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6일 공천 개입·건진법사 청탁 등 의혹을 받는 피의자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한 김건희 여사는 2017년부터 문화예술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언론에 종종 소개됐다.

마크 로스코, 르코르뷔지에 등 현대 미술 거장 작품전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유망한 전시기획자로 주목받았다.

당시 남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검찰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이었다.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반부패부장, 대검 공안부장과 함께 검찰 '빅4'로 꼽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자리였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되면서 주요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자리가 중앙지검장이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책임지는 검찰국장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다.

그는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을 지휘한 상관인 중앙지검장에 반기를 들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회자한 국가정보원 수사 항명 파동으로 한직을 전전하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한 것을 계기로 일약 '스타 검사'로 떠올랐고, 문재인 정부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첫 검찰총장도 임명하기 전에 중앙지검장 인사부터 냈다는 점에서 총장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고, 사실상 검찰 '실세'로 평가받았다.

김 여사가 전시기획자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이름을 널리 알린 것도 남편의 이름값을 등에 업은 바 컸다.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부부의 연을 맺은 건 2012년 3월이다. 당시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인 윤 전 대통령은 51세, 김 여사는 39세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특수부 검사 대표'격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옮겨왔다.

김 여사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과 결혼한 계기에 대해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알고 지내다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줬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그가 대한민국 영부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출발점인 동시에 끝내 범죄 피의자로 전락하는 비극의 씨앗이었다.

1972년 아버지 고(故) 김광섭씨와 어머니 최은순씨 사이 2남 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난 김 여사는 개명 전 김명신이라는 이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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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김건희 여사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7.9 [공동취재] 2025.6.3

김씨가 1987년 작고하자 최씨가 숙박업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고 한다. 김 여사는 서울 명일여고를 졸업한 뒤 경기대에서 회화학을 전공했다.

김 여사는 유독 학위 욕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 석사,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디지털콘텐츠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땄다. 각각 논문 표절과 입학 자격 미충족을 이유로 두 학위 모두 최근 취소됐지만 김 여사의 학위 수집욕을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된다.

2012년에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 경영전문석사도 취득했다.

이 학위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일가 '집사'이자, 이른바 '집사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예성씨를 만나게 된다.

김 여사의 인생 경로는 윤 전 대통령이 정치권과 가까워지면서 크게 바뀐다.

베일에 싸여있던 김 여사가 '윤석열의 부인'으로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결혼한 지 7년이 지난 시점으로, 윤 전 대통령이 검찰 조직의 정점에 오를 때였다.

2019년 7월 25일 윤 전 대통령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 동석해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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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관저 떠나는 김건희 여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이 시기를 전후로 윤 전 대통령의 존재감이 커지자 김 여사의 여러 행적도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 여사가 기획한 전시회를 둘러싼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이 제기됐다. 김 여사가 2009∼2012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윤 전 대통령이 2021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한층 가열됐다.

대선을 앞두고 대학·기업 등에 제출한 이력서에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은 경력이 기재됐다는 지적이 이어져 '허위 이력' 논란이 커지자, 김 여사는 그해 12월 직접 취재진과 대면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이 대권을 거머쥐면서 김 여사는 각종 의혹을 말끔하게 털어내지 못한 채 영부인이 됐고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더 날카로워졌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파면 선고를 받으며 물러날 때까지 2년 11개월 남짓한 기간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정·관가에선 암묵적으로 김 여사가 대통령 위에 군림하는 'V 0'(브이 제로·'VIP 0')라고 회자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뜻하는 'V 1'보다 앞선다는 의미다.

각종 범죄 의혹이 증폭하는 가운데 김 여사는 자신의 이름을 딴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안'을 세 차례나 거부한 남편의 비호 속에 제대로 된 수사 한번 받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과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들여다보던 검사들을 대통령경호처 건물로 불러 특혜성 방문 조사를 받아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권력을 사유화한다',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취한다'는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이 극에 달하자 기자회견에 나와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공적인 신분을 망각한 채 여러 의혹에 관여하고 휘말리면서 위기를 스스로 더욱 키웠다.

결국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과 함께 '영부인의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고 곧바로 특검 수사의 칼날 위에 서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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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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