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걸그룹 첫공연에 팝의성지 英웸블리 들썩…블랙핑크 "꿈같아요"
마이클잭슨·스위프트 세계 최정상급 서는 꿈의 무대…BTS 후 6년만

핑크빛 물결 이루며 떼창…블랙핑크, 팬들에 엄지 척 "자랑스러워"

독일·벨기에·노르웨이 등 각국서 온 팬들…"긍정성·팬과 유대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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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 선 블랙핑크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걸그룹 블랙핑크가 15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데드라인' 런던 첫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5.8.16 cherora@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꿈같이(surreal) 느껴지네요. 우리가 여기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첫 여성 K팝 밴드인 듯해요."(로제)

걸그룹 블랙핑크가 15일 밤(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오른 기쁨을 표시하자 수만 명 관객으로부터 열광적인 환호가 쏟아졌다.

멤버 로제는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야 해요. 여러분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고마워요, 블링크!"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고, 여지 없이 환호성이 스타디움을 뒤흔들었다.

지수가 두 엄지손가락을 동시에 치켜올리며 환히 웃자 제니, 리사, 로제도 합세했다.

블랙핑크는 이날부터 16일까지 두 차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한다.

지난달 5∼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 16개 도시에서 31차례에 걸쳐 공연하는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의 중간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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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데드라인' 프랑스 파리 공연 [YG엔터테인먼트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런던 공연은 특히 '팝의 성지', '꿈의 무대' 등 별명으로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에 한국 걸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한다는 의미가 있다. 2019년 6월 방탄소년단(BTS)이 K팝 아티스트 최초로 공연한 지 6년 만이다.

최대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웸블리 스타디움은 유럽 전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상징적인 공연장이다.

1985년 퀸의 전설적인 무대 '라이브 에이드'가 펼쳐졌고 마이클 잭슨,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오아시스 등 세계 최정상의 팝스타가 공연했다. 팝스타들에게도 이 무대에 섰다는 것은 커리어상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진다.

블랙핑크도 이날 "런던의 에너지, 정말 멋지다", "놀랍다"고 계속 감탄하며 웸블리 스타디움에 오른 감격을 표시했다.

동시에 이날 공연은 블랙핑크가 왜 이곳에 설 자격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했다.

멤버 넷은 무대를 휘저으며 노래부터 춤, 표정, 손짓 하나까지 2시간 20분 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도록 좌중을 휘어잡으며 세계 정상의 걸그룹다운 내공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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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 선 블랙핑크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걸그룹 블랙핑크가 15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 '데드라인' 런던 첫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5.8.16 cherora@yna.co.kr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핑크 베놈'(Pink Venom),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셧 다운'(Shut Down)', '프리티 새비지'(Pretty Savage), '휘파람',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등 귀에 그대로 꽂히는 히트곡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블링크'(블랙핑크의 팬덤명)는 영어뿐 아니라 한글 가사까지 상당 부분 소화하며 '떼창'으로 따라 불렀다. 공연 말미에 객석으로 카메라를 돌리는 '댄스 챌린지'에서도 많은 팬이 블랙핑크의 안무를 열정적으로 선보였다.

멤버들은 중간중간 "왓츠업(What's up) 런던! 소리 지를 준비 됐나요", "런던, 얼마나 잘 할 수 있나 볼까요"를 외치며 호응을 유도했고, 그때마다 팬들은 스타디움을 떠내려 보낼 듯한 환호로 응답했다.

핑크빛 응원봉과 조명이 물결을 이룬 스타디움 안에는 블랙핑크만의 "블랙핑크 인 유어 에어리어"(BLACKPINK IN YOUR AREA) 구호도 시시때때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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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런던 공연장에 줄지어 입장하는 관객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걸그룹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데드라인' 런던 첫 공연이 펼쳐진 15일(현지시간) 오후 관객들이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향해 줄지어 걸어가고 있다. 2025.8.16 cherora@yna.co.kr

네 멤버 각각의 솔로 무대도 펼쳐졌다. 이들이 월드투어에 나서기에 앞서 1년 10개월간 솔로 팝스타로 각자 활동했는데, 그 기간이 그룹으로서 공백이라기보다는 각자 색깔을 더 선명하게 확장하면서 그룹 전체의 다채로움과 성숙함을 끌어올린 느낌이었다.

공연이 후반으로 향하면서 제니의 '라이크 제니'(like JENNIE)와 로제의 '아파트', 블랙핑크의 '뭄바야'와 신곡 '뛰어'는 격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관객들이 제자리에서 계속해서 뛰면서 바닥의 진동이 쉼 없이 느껴졌다.

런던은 블랙핑크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2023년 여름 블랙핑크는 K팝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유명 음악축제인 '하이드 파크 브리티시 서머 타임 페스티벌' 무대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올랐다. 같은 해 11월에는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MBE)을 받았다.

로제는 이날 "지난번 런던에 왔을 때도 엄청났는데 이번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로제는 무대 뒤편 영상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간식인 스콘과 딸기잼을 먹는 모습을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스타디움은 수만명 팬들로 거의 꽉 들어찼다.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웸블리 파크 역에서 웸블리 스타디움을 잇는 거리는 분홍색 옷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한 팬들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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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런던 공연 찾은 유럽 팬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걸그룹 블랙핑크의 공연 첫날인 15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앞에서 팬들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8.16 cherora@yna.co.kr

많은 팬이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서 찾아왔다. 또한 딸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많았는데, 딸을 따라 노래를 듣다가 본인도 좋아하게 됐다는 부모도 여럿이었다. 이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블랙핑크의 매력으로 꼽았다.

벨기에에서 8세, 10세 딸을 데리고 온 올리비에와 사라 씨 가족은 "딸이 블랙핑크 안무를 따라 할 만큼 팬이라 여기에 오면 너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라 씨 본인도 블랙핑크를 좋아한다면서 "삶이란 항상 쉬운 것이 아니라는 뜻의 '블랙', 그래도 웃으며 살자는 뜻의 '핑크'가 합해진 블랙핑크의 모토 자체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에서 온 크리스티나 씨는 딸의 생일선물로 블랙핑크 콘서트를 준비했다면서 "음악이 긍정적이라서 좋다. 특히 여성으로서 긍정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여러 관객이 K팝으로 시작해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다가 결국 한국어까지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가 한국 언론사에서 나왔다고 소개하자마자 "안녕하세요"로 한국어로 인사했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는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식으로 고개까지 숙여 보이기도 했다.

독일에서 온 라바 씨는 K팝의 매력을 묻는 말에 "팬들에게 보다 많은 것을 안겨주고, 팬들이 마치 아티스트와 개인적으로 아는 것 같은, 연결된 느낌을 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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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런던 공연 찾은 유럽 팬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걸그룹 블랙핑크의 공연 첫날인 15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앞에서 팬들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8.16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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