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선, 34년만에 벨기에 국립악단과 협연…"'황제'로 감동줄 것"
내달 24일 예술의전당서 베토벤 들려준다…"기쁘고 설렌다"

미국서 후학 양성…"기본기부터 철저히, 여유 갖고 진로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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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피아니스트 백혜선 [H2아트앤컬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환갑을 맞은 '국가대표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34년 만에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와 합동 무대를 꾸민다. 다음 달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에 협연자로 나선다.

백혜선은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4년 만에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와 재회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때 경연장에서 처음으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이들과 다시 함께 연주하게 돼 너무 기쁘고 설렙니다."

당시 백혜선은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4위를 기록해 바이올린만 강세를 보이고 피아노는 상대적으로 척박했던 한국 클래식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번 공연에서 백혜선은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맞춰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7∼8년 만에 연주하는 곡이지만, 백혜선은 아주 적절한 선곡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황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곡은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클래식 문외한까지 누구나 사랑하는 곡"이라며 "1악장의 웅장함과 2악장의 아름다움, 3악장의 경쾌함의 감동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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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 [H2아트앤컬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많은 공연에서 연주한 곡인데도, 백혜선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기대대로 가지 않는 게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에 (매번)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밖에 없어요. '아는 곡이네'라는 생각이 들 때 항상 연주가 별로였거든요. 최선을 다해야 기대치 않았던 결과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 각종 국제 콩쿠르에 출전하며 '국가대표 피아니스트'로도 불렸던 백혜선은 이제는 젊은 음악가들을 육성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30세인 1995년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임용돼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현재는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피아노 학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어느덧 교육자라는 타이틀도 손색이 없게 된 백혜선은 학생들에게 항상 기본기 습득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한다. 백혜선은 "음악도 사실은 피겨 스케이팅과 똑같다. 기본적인 기술이 갖춰져야 자기만의 것이 나온다"며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기본기를 모두 알고 난 뒤에야 자율적으로 맡긴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음악에만 몰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론을 펼쳤다. 백혜선은 "예전에는 음악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지금은 음악만 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됐다"면서 "많은 것을 알수록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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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 [H2아트앤컬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계에 봉착했을 땐 과감하게 휴식기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백혜선은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은 음악이 아니면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1년간 휴학하면서 다른 진로도 천천히 생각해 본다고 해서 인생에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전히 현역 연주자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백혜선이지만, 임윤찬과 김도현 등 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을 때면 음악적 좌절감이 든다고도 고백했다.

"임윤찬과 김도현을 보면 마치 외계인을 통해 이상한 차원의 세계와 접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제자들에 의해 더는 설 수 있는 무대가 없을 때 어떤 기분이 들지도 궁금하네요."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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