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尹 구속취소 법리상 의문…이제라도 보통항고해야"
尹사건 첫 의견표명 "내란전담재판부, 피고인 이의로 헌재 갈 것"…앞서 검찰은 즉시항고 포기
형소법상 구속기간 계산 논란…"재판부가 신뢰성있는 조치해야…법원에 애정 있어 드리는 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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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특강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5일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교직원 헌법 특강을 하고 있다. 2025.6.25 yongtae@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법원 결정을 두고 "법리상 의문"이라며 지금이라도 보통항고를 통해 바로 잡을지 여부를 검토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 전 대행은 18일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은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며 "이제라도 보통항고를 해 상급심에서 시정 여부를 검토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지난 4월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헌재 탄핵심판의 심리를 이끌어왔다.
같은 달 18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문 전 대행은 언론 인터뷰와 강연 등을 해왔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윤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합의25부의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렸다.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면 구속기간이 만료된 뒤 윤 전 대통령 기소가 이뤄졌다는 판단이었는데, 날을 기준으로 산정해온 실무 관행에서 벗어난 이례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검찰이 즉시항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대검찰청은 결국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이 구속 권한을 제약하는 법적 장치에 즉시항고를 통해 불복했지만 모두 위헌 판단을 받아 사용할 수 없게 된 점도 고려됐다. 현재 유일하게 남은 게 구속 취소인데, 이 부분도 즉시항고할 경우 전례에 따라 위헌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대검 판단이었다.
과거 헌재가 법원의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검찰이 불복해 즉시항고할 때 재판 확정시까지 집행을 정지하도록 했던 형사소송법 조항에는 이미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려 해당 조항이 무효가 돼 사라진 바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구속집행정지보다 피의자에게 더 불이익한 무거운 사안인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도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당시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가 아닌 보통항고(통상적인 항고)를 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 된 바 있다.
즉시항고는 단순히 빨리 한다는 의미가 아닌 법에 정해진 항고의 한 방법이다. 법률에 명문으로 즉시항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을 때 하는 항고다. 통상적으로 명문 규정이 없으면 즉시항고가 불가능하다. 즉시항고의 경우 신속한 해결의 필요성을 위해 불변기간이 정해져 있다. 1주일 내에 제기해야 한다. 즉시항고는 항고와 달리 집행정지의 효력도 있다.
이와 달리 보통항고는 항고 기간에 제한이 없는 항고로, 언제든지 제기할 수 있다. 집행정지의 효력은 없다.
형사소송법 97조에는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하여는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구속 취소 결정에는 즉시항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형소법 403조에는 1항에 '법원의 관할 또는 판결 전의 소송절차에 관한 결정에 대하여는 특히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경우 외에는 항고를 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다만 2항에는 '전항의 규정은 구금, 보석, 압수나 압수물의 환부에 관한 결정 또는 감정하기 위한 피고인의 유치에 관한 결정에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 부분을 토대로 즉시항고를 할 수 없는 경우 항고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됐다.
법원이 주축이 돼 펴낸 형소법 주석서인 주석 형사소송법에는 '즉시항고 대상이 되는 결정에 대해선 보통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나와 있다. 검찰도 구속 취소에는 즉시항고 규정이 정해져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통상의 항고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첨예한 재판장의 판단이 통상의 검찰 실무례와 다른 점,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들어 이 쟁점에 관해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계속 제기돼왔다. 구속 취소 결정이 타당한지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고, 항고·재항고를 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대법원의 통일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문 전 대행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문제는 피고인의 이의에 따라 헌재가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담당 재판부가 국민의 불신을 고려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담당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는 건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전 대행은 "법원에 대한 애정이 있으므로 고언을 드리는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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