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의혹' 이종섭 "尹 먼저 대사·특사 제안"…尹향하는 특검(종합2보)
내일 박진 전 외교장관 참고인 조사…이노공 전 법무차관은 피의자 소환

이종섭은 내일 첫 '수사외압' 피의자 출석…김계환 전 사령관 6번째 조사

김용원 인권위원 PC 하드 제출…관련자 줄소환 '정점' 尹겨냥 수사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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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장관 해병특검 첫 출석…'호주도피' 의혹 조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열린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9.17 jjaeck9@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송정은 이승연 기자 =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을 들여다보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이번 주 윤석열 정권 당시 외교·법무부 고위 당국자들을 줄소환하며 수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도피 당사자인 이 전 장관이 참고인 진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장·차관을 넘어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오는 23일과 24일 오전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이들은 채상병 사망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였던 이 전 장관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직권남용)로 고발됐다.

특검팀은 오는 23일 오전에 박진 전 외교부 장관도 관련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작년 3월 호주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이 2023년 12월께부터 진행된 것으로 파악한다.

이에 지난해 1월까지 장관직을 수행한 박 전 장관을 상대로 호주대사 임명을 결정하고 인사 검증하는 과정에서 당시 외교부 장관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것을 캐물을 예정이다.

지난 17일 당사자인 이 전 장관을 참고인 조사한 데 이어 주요 고위급 연루자를 이번 주 줄소환하며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검팀은 특히 이 전 장관 참고인 조사에서 '2023년 9월 중순에 윤 전 대통령이 먼저 대사나 특사로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해당 대화는 대통령 관저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애초에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기획·추진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23년 9월 당시는 이른바 'VIP(윤 전 대통령) 격노'를 비롯해 채상병 사건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권 공세가 거세지던 시기다.

특검팀은 실제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관련 수사가 대통령실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이 전 장관을 해외로 출국시키려고 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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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특검 출석하는 이시원 전 비서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5.9.22 nowwego@yna.co.kr

특검은 이날 오후에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부터 사임에 이르는 기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했다.

특검은 이 전 비서관이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내린 지시 및 조치사항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통상 재외공관장의 경우 외교부에서 당사자로부터 인사 검증 자료를 제출받아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전달하고 공직비서관실에서 다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보내는 순으로 검증 절차가 진행된다.

이 전 비서관은 앞서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세 차례 조사받았다.

조만간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월 압수수색 대상이 된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도 조사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장관은 23일 오전 10시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은폐 의혹과 관련해 첫 피의자 조사를 받는다.

같은 시간 직권남용 및 모해위증 등 혐의를 받는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도 6번째 피의자 조사가 예정돼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6차 소환해 일부 진술을 교차 확인하고 있다.

유 전 관리관은 2023년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수사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를 줄이라는 압력을 넣고,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사건을 국방부가 위법하게 회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아울러 특검팀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 신청 및 진정 기각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차관급)이 사용했던 PC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으며 이날 수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특검이 출발하기 2개월 전인 지난 5월 2일 '메인보드 불량'을 이유로 자신의 PC를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PC 하드디스크 수령 이후에 김 위원의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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