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반정부 시위 사망자 74명 중 33명은 실탄 맞았다"
현지 연구소, 총상 입은 시신 부검…1명만 고무탄에 맞아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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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중 불타는 카트만두 힐튼 호텔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최근 네팔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74명 가운데 33명이 실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네팔 트리부반대학교 의학연구소 관계자는 "(부검 결과) 사망한 시위자 중 최소 33명이 고속 총기로 발사된 실탄에 맞았다"고 말했다.

고속 총기는 일반적으로 초속 600m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실탄을 쏘는 무 기다.

이 의학연구소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여러 병원에서 시신 47구를 넘겨받았고, 이 가운데 총상을 입은 시신 34구를 부검했다.

부검 결과 실탄에 맞은 부위는 가슴 18명, 머리 10명, 복부 4명, 목 2명이었고 나머지 1명만 고무탄에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의학연구소는 실탄을 발사한 총기 구경 등 구체적인 정보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이번 네팔 시위에서 실탄이 사용된 사실이 처음 공식적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네팔 경찰의 전 법률 고문인 수바시 아차랴는 "법 집행 기관이 그런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군중을 통제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8∼9일 시위 후 소셜미디어(SNS)에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실탄 사진과 머리에 부상을 입은 시위자 사진이 유포된 바 있다.

시위대는 실탄이 사용됐다며 이를 지시한 혐의로 샤르마 올리 전 총리와 라메시 레카크 전 내무부 장관을 체포하라고 임시정부에 요구했지만,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시위 후 사임한 올리 전 총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자신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경찰이 보유하지 않은 자동화기로 발사된 (이번) 총격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차랴는 "네팔 시민은 총기를 사용하려면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해서 합법적으로 총기를 입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네팔 경찰은 임시정부가 구성한 위원회가 시위와 관련한 조사를 끝내기 전까지는 관련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네팔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정부가 지난 5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하자 이에 반발해 시작됐다.

특히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한 젊은 층이 대거 이번 시위에 가담하면서 카트만두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로도 확산했다.

경찰이 지난 8일부터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을 했고, 시위대가 대통령과 총리 관저 등지에 불을 지르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네팔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경찰관 3명을 포함해 74명이 숨지고 2천 여명이 다쳤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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