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늘릴시 1∼2년 한두명 순차로"·"상고제 개편 큰틀서"
사법제도 공청회 자료…김도형 부장판사 "사건 적체, 대법관 증원으로 해결 안돼"

오용규 변호사 "대법원만의 문제 아냐…상고심 개선 논의, 1·2심과 함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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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안을 뼈대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개정안으로 인해 되레 상고심에 혼란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충분한 토론·숙의가 가능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최대 인원을 17명으로 보고 1∼2년의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4명을 증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8일 법원행정처와 법률신문이 9∼11일 사흘간 공동주최하는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방향과 과제' 공청회에 앞서 공개한 자료집에 따르면 김도형(사법연수원 33기) 수원지법 안산지원 부장판사는 "현행 상고 제도의 문제가 대법관의 증원으로 곧바로 해결되는 성격의 것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되레 전원합의체 활성화를 저해하고 사건 처리 속도를 지연시키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우선 대법원의 상고심 접수 건수 및 평균 처리 기간을 근거로 현 상황이 대법관 수를 2배 증원해야만 하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고심 접수 건수는 4만2천815건으로 2014∼2018년(평균 4만1천여건) 수준과 유사해 3심 사건이 이례적으로 늘어났다고 보기 어려웠다.

사건당 평균 처리 일수는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었다. 심리불속행 기각 외 판결을 한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7.5개월로 최근 10년간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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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내걸린 법원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관 업무가 과중해 심층적 숙의가 어려워 상당수 사건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종결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상고심 구조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절대적 숫자로 볼 때 대법관에 과도한 사건처리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사건을 상고할 수 있는 우리 법제에서 상고기각 결정과 심리불속행기각 제도가 외국의 상고허가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업무 과중을 해결하려면 상고심사제, 하급심 권한 강화 등이 논의돼야지 무작정 증원은 해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급격한 대법관 증원의 부작용도 제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면 전원합의체 구성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대법원 재판형태가 소부 심리로 굳어질 것을 우려했다. 25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모여 합의체를 구성할 경우 실질적 토론과 설득이 어렵고, 토론이 이뤄져도 시간도 2배 증가해 재판 지연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관 증원에 투입될 예산과 자원을 사실심에 투입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10년간 추세를 보면 사건적체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심이고 상고심의 업무효율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며 "상고심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실심, 특히 1심에서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대법관이 증원돼도 하나의 합의체를 구성할 수 있는 규모를 상정해야 하며, 상한선은 하나의 소부를 추가하는 수준인 4명이 적당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임명하게 될 경우 대법관 과반수 혹은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됨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1년 또는 2년에 1∼2명씩 순차로 증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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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5.10.23 hama@yna.co.kr

한편 상고제도 개편방안 발표자로 나선 법무법인 동인 오용규 변호사(28기)는 상고제도 개선 논의의 대전제로, 심급제도의 유기적 연결, 상고심의 역할, 선결 과제, 대법원 구조 개편을 꼽았다.

부장판사 출신인 오 변호사는, 상고심 개선 논의는 1심 및 2심의 운영 형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으며, 상고심의 역할은 단순한 권리구제를 넘어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이라는 공익적 기능 수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고 제한 논의는 1심 재판의 충실화(사실심 강화)가 전제돼야 정당성 확보가 가능하며, 대법원의 구조 개편도 사실심 강화에 역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연방법원 구조와 상고허가제, 영국의 허가 항소제, 독일의 최고법원 구성과 상고허가제 도입, 프랑스 최고법원(파기원) 구성과 운영, 우리와 유사한 사법제도를 지닌 일본까지 세계 주요국의 사법제도와 법조인 양성 제도를 제시했다. 이에 더해 과거 논의된 상고법원 설치, 대법관 증원, 고등법원 상고부, 상고허가제 재도입 등의 장단점을 비교했다.

그러면서 오 변호사는 "상고심 문제는 단순히 대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실심인 1, 2심 충실화, 3심의 법률심화라는 전체 심급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미국식 사법제도(로스쿨·법조일원화) 도입에 발맞춰 상소 제도 또한 그에 부합하는 방향인 상고 제한, 1심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도적 장치(증거개시, 배심제 등)와 임명방식의 변화(법조일원화 정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제도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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