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에 박성재도…잇단 영장 기각에 특검 수사 어디로
내란 공범 혐의에 신병 확보 실패…호흡조절 불가피 전망
국회 의결방해 등 후속 수사도 영향권…야권 공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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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방조·가담 혐의' 박성재 전 장관 구속심사 종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10.14 yatoya@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내란 수사가 동력을 이어가는 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의 상당성(타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15일 오전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 중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했지만 이후 한 전 총리와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은 연이어 기각됐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8월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를 기각했다. 특검팀은 결국 한 전 총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내란 방조 혐의였던 한 전 총리와 달리 박 전 장관은 사실상의 내란 공범에 해당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음에도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특검팀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단순 방조를 넘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팀 대기, 구치소 수용공간 확보 등을 지시해 내란 행위에 실질적으로 동조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계획 수립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비상계엄 선포 후 각종 후속 조치를 지시함으로써 순차적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한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요건을 갖췄다고 본 것이다.
이는 앞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상민 전 장관과 비슷한 법리 구조였다. 이 전 장관은 평시 계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임에도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사실상 방조했고 나아가 계엄 선포 후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1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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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법원 구속영장심사 출석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5.10.14 yatoya@yna.co.kr
이런 배경에서 특검팀은 당초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 못지않게 박 전 장관의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과 논리를 갖춘 데다 적용 법리마저 유사해 영장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계엄 선포에 따른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다는 박 전 장관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박 전 장관은 그간 계엄 당시 법무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한 것에 대해 특검팀이 법적으로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소환 조사에 꾸준히 응한 점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를 낮추는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막바지에 이른 계엄 국무회의 관련 수사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특검팀은 오는 15·17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까지 소환 조사하고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한 뒤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 전 장관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한템포 숨고르기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 수사 일정을 유지하면서 박 전 장관에 대한 보완 수사를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신병 처리 방향을 다시 한번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은 마찬가지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내란 공범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해 왔다.
박 전 장관이 직접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후속 지시를 한 혐의를 받아왔지만 영장이 기각된 만큼 야권 입장에선 반격할 명분이 생긴 상황이다.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검팀에서 조사받던 양평군 공무원의 사망으로 '무리한 수사'라는 프레임을 덧씌운 야권이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조은석 특검팀은 수사 기간을 두 차례 연장해 11월 15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특검법 개정안에 따라 한 차례 더 연장하면 12월 중순까지 수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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