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2심 "국가도 배상책임"(종합)
"MB·원세훈·국가 함께 1인당 500만원 지급"…국가 소멸시효 지났다 본 1심 뒤집혀

"블랙리스트는 계속적 불법행위…MB 임기종료 기준으로 계산하면 소멸시효 안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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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배우 문성근 씨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7.11.28 uwg806@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국가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1심은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명단 작성 종료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이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살아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27-2부(서승렬 박연옥 함상훈 부장판사)는 17일 배우 문성근 씨와 방송인 김미화 씨 등 3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이명박, 원세훈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별로 받아야 할 금액은 1심과 다르지 않지만, 국가의 책임이 추가로 인정됐다. 선고 결과가 확정된다면 국가와 이 전 대통령, 원 전 원장 총 세 피고가 함께 배상을 하게 된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소멸시효 계산 기준일을 이 전 대통령 임기 종료일인 2013년 2월 24일로 봤다.

그러면서 소송이 소멸시효(5년)가 지나기 전인 2017년 11월에 제기돼 국가배상 청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은 블랙리스트 명단이 2010년 11월까지 작성됐다며 이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했다.

2심은 "불법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해지는 결과로 손해도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손해는 날마다 새로운 불법행위에 기해 발생하는 손해라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블랙리스트에 원고들을 등재해 관리하는 행위는 계속적 불법행위로 봐야 하고, 원고들이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 역시 블랙리스트가 존속하는 날마다 계속적으로 발생한다"며 "불법행위가 적어도 피고 이명박의 임기종료일인 2013년 2월 24일까지 계속됐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씨 등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작성·관리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17년 11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9월 이명박 정부 때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정부 비판 성향 방송인을 대거 퇴출했다는 내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총 82명으로 ▲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배우 8명 ▲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이었다.

지난 2023년 11월 1심은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이 공동해 각 원고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라고 보면서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지원배제 명단은 2010년 11월까지 작성됐고 소 제기는 2017년 11월이므로 국가배상법 등에서 규정한 소멸시효 5년이 지났다"며 "국가가 시효 완성 전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등의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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