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위자료 20억 역대 최대…다른 소송에 영향주나
법조계 "'전반적 위자료 적다' 공감대…책정기준 등에 변화줄 것"

"재벌가 이혼소송 특수성 고려하면 실질적 영향 없을 것"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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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한주홍 이도흔 기자 =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역대 최대인 20억원의 위자료를 확정하면서 민사소송 전반에 걸친 위자료 및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에도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6일 두 사람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재산분할 비율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파기했지만,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2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단은 그대로 확정했다.

앞서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위자료를 20억원으로 산정하며 최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두고 이를 공개적으로 알린 점, 노 관장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노 관장의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현저히 침해했고 지속해 이어진 고의적 유책행위로 노 관장에게 발생한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에 확정된 20억원은 이혼 소송 위자료 역사상 최고액이다.

이혼 소송에서의 위자료는 혼인 파탄에 따른 정신적인 손해배상을 다루는 민사상 판단인데, 당시 유책배우자의 책임을 충분히 반영해 실질적인 손해배상이 이뤄지도록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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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상고심 이후 입장 발표하는 최 회장 측 대리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에 대법원에서 확정된 위자료 액수가 민사소송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이혼 소송을 비롯한 민사소송에서 각종 위자료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었던 만큼 액수 현실화를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법원에는 손해배상액과 위자료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기준 등이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다.

교통사고의 경우 2015년 1월 서울중앙지법 교통·산재 실무연구회가 공표한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위자료 기준액수인 1억 원을 대부분 상한선으로 하고, 여타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도 이 상한선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인데 (액수 책정에)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 문제"라며 "사망 사고도 일반적인 위자료 상한선이 1억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 특정 사건만 액수를 확 올릴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법원 내에서도 전반적인 위자료 액수가 너무 낮게 형성돼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대법원에서 20억을 확정했기 때문에 하급심 판사들이 이혼뿐만 아니라 여타 민사소송의 위자료를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사 전문 B 변호사 역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2심 판결 이후부터 전반적인 위자료 상향의 필요성이 법원 내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다"며 "이혼소송 위자료뿐 아니라 민사소송 위자료도 그동안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반성적 고려가 나오는 거로 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 역시 손해배상과 관련한 실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2023년 법원에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판사들끼리 논의하기 위한 '손해배상소송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해당 커뮤니티 역시 작년 2심 판결 이후 위자료 실질화에 관심을 가지고 세미나 등을 진행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사건이 재벌가의 이혼소송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기업의 발전사, 한국사의 정치적인 부분 등이 다양하게 반영됐지만 대다수의 이혼 소송은 일반적인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이번 판결만으로 아예 (위자료의) 판도가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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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최태원 - 노소영 부부 이혼 관련 소송 법원 판결 지난해 8월 22일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이광우 부장판사)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동거인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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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 관장이 김 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 회장과 김 이사가 공동으로 노 관장에게 20억원을 주라는 판결이 나와 대법원에서 위자료 부분을 추가 심리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시 김 이사는 판결 직후 노 관장에게 20억원을 지급했다. 김 이사가 변제를 완료함에 따라 공동책임을 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추가로 지급할 금액은 없다.

A 변호사는 "통상 이혼소송에서는 상간자보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의 책임을 더 중하게 판단하는데, 김 이사가 이미 20억을 변제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더 책임이 무거운 최 회장의 위자료를 파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 변호사 역시 "김 이사와 최 회장이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공동 관계인데, 이미 한 명에 대한 위자료 부분이 확정돼서 대법원에서 모순되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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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상고심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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