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경제인 배제하는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법? 국회발의법안 논란
F4 비자 받지 않은 외국국적 재외동포 제외…"협회 둘로 쪼개질 판"

"한국 법정단체 지정되면 중국지역 회원 활동 못 할 우려"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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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법안 발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종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김성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법안'에 대해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 회원들이 반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김성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사단법인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회장 박종범)를 법정 단체로 지정하기 위해 대표 발의한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법안'이 외국 국적 재외동포를 배제하고 있어 회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26일 법안을 발의한 사실을 보도자료로 배포하면서 "750만 재외동포 경제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이라며 "재외동포 최대 경제인단체인 월드옥타는 중요한 역할에 비해 국내 경제6단체와 달리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부족해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월드옥타가 재외동포 경제인을 위한 지원정책과 관련해 대통령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해외 경제 네트워크 구축 및 조사·연구·국제교류 사업을 추진하게 하는 등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국가·지자체 보조금과 민간 출연·기부의 근거를 마련하고, 운영·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월드옥타도 보도자료를 내고 "법안이 통과돼 법정단체가 되면 경제7단체로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발의한 날부터 지금까지 지속해서 월드옥타 회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제1조 목적에서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를 설립해 '세계한인경제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제2조 정의에서 '세계한인경제인'이란 대한민국 국민으로 주된 근무지가 해외인 '재외국민'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받은 재외동포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재외동포 체류자격은 외국국적 동포가 대한민국에 입국해 국내에 체류하기 위한 재외동포 비자(F4)를 가리킨다. 체류기간 상한이 2년으로 유효기간 최대 5년이고 원칙적으로 연장이 가능하다.

이 법안대로라면 중국 국적의 조선족,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고려인은 물론이고 재미동포 등 외국국적을 취득한 동포는 일단 회원에서 제외된다. 단 법무부로부터 재외동포 비자(F4)를 받은 경우에만 자격이 부여되는 셈이다.

현행 F4 비자는 선진국 국가의 재외동포는 국적 이탈 이유만 입증되면 쉽게 발급되지만, 조선족·고려인 등 사회주의 국가의 동포는 발급 조건이 까다로워서 희망하면 자동 발급되는 게 아닌 상황이다.

더욱이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F4 비자는 병력 미이행 후 국적을 상실한 남성은 41세가 되기 전까지 발급에 제한받기 때문에 회원의 자격 제한은 결과적으로 협회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약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회장이 부회장을 임명하는 방식이 기존에는 일부는 회장이 지명하고 일부는 추천받게 돼 있지만, 법안에는 추천받는다는 문구가 삭제됐고, 이사장이 의장을 맡던 이사회도 회장이 의장을 맡는 것으로 해서 자칫 회장 독재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안 발의 후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는 2주간 '반대' 의견의 댓글이 8천여건 달렸다. '찬성' 의견은 10건을 넘지 않았다.

김 의원실로도 동포사회에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월드옥타 회원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재외국민과 외국적 동포로 협회가 둘로 쪼개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조선족이나 고려인 등 사회주의 국가 국적 동포들의 경우 반발이 더 심하다.

월드옥타 중국 지회 소속의 한 상임이사는 "월드옥타가 한국 정부가 지정한 법정단체가 되면 한중 관계가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활동 자체를 못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反) 간첩법이 있는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단체 가입을 규제하고 견제하고 있기에 조선족이 한국 법과 제도를 따르는 법정단체에 가입해 활동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기에 협회 회원 활동 자체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미주 지역에서 현지 국적자로 활동하는 모 상임이사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오갈 때 별도로 비자를 받지 않고 활동해 왔는데 갑자기 법안으로 인해서 F4 비자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불편을 겪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일부 상임이사들은 "어떻게 협회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법안을 회원들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냐"며 "더욱이 기존 회원을 배제하는 황당한 법안인데 아무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박 회장은 법안이 발의되기 전까지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 알 수 없었다며 향후 법 제정 과정이나 제정 후 개정 등을 통해서 회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재외동포 경제인의 역량 강화와 지원을 위해 월드옥타 박종범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힌 바 있어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재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심사 중으로 향후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정부로 이송돼 공포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위원회가 관련 기관 의견을 청취 중으로 재외동포청에서는 해외에 한인상공회 등 다양한 경제단체가 있는데 특정 단체만 정부가 힘을 실어주는 경우 분열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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