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핵잠 추진 '깜짝 선언'…한중관계 영향은
中, 주변국 핵잠 추진에 민감 반응해 와…내일 시진핑 방한시 입장 주목

내달 1일 한중정상회담…미중 대립속 한국 외교 좌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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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 경례하는 이재명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xyz@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내 한국의 군사적 활동 범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지를 밝히면서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북한과 더불어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해 주목됐다.

발언만 놓고 보면 사실상 무제한의 잠항 기간을 지닌 핵추진 잠수함을 한국이 보유하게 되면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잠수함을 추적하는 데도 군사적 기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은 "특정 국가의 잠수함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북쪽, 중국 방향의 우리 해역 인근에서 출몰하는 잠수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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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핵잠 건조실태 시찰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실태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20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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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수함 확보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북한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 대응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공세적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하며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도 변화된 인태 안보 환경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의 재조정과 결국 연결되는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진핑 국가주석의 오는 30일 방한을 앞둔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중국은 그간 주변국의 핵잠수함 확보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중국은 2021년 미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파트너십이 발표됐을 때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호주 핵잠수함이 미국의 해상 전력과 연동돼 태평양 일대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에 대해서도 비슷한 계산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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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구상 (AFP=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호주, 영국과 체결한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방 당국자는 "우리는 전임 행정부의 오커스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와 부합하는지 보장하기 위해 오커스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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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번 발언을 미국의 인태전략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신호로 해석한다면 한중관계에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한국의 전략적 입장 선회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나온 전술적 발언으로 이해한다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미국의 의도를 알고 있다는 우회적 표현일 수 있다"며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에 대해 협력이 어렵다면 미국이 생각하는 대중국 견제 (동참)도 어렵다는 표현일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원자력 협정 관련 사안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지지층도 확보하고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병행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과거와 같이 이어갈 수 없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중국 입장에서도 고민할 수 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이날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지 표명과 다음 달 1일 한중 정상회담은 관계 재정립을 위한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강준영 교수는 "(한국에겐) 북한의 위협, 북중 협력으로 인한 안보적 위협이 있다거나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서 중국이 무단 설치한 구조물 등 할 얘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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