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APEC] "트럼프 본회의 불참, 美리더십 타격…中영향력 확대 기회"
美언론 비판…"트럼프 부재, '美일방주의' 비판해온 시진핑에 관심집중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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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종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내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 불참하고 조기 귀국한 데 대해 미국 언론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AP 통신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이 지역에서 미국의 평판을 훼손하고 APEC 본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비되면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열어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산 김해공항에서 시 주석과 1시간 40분간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귀국행에 올라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우선주의를 내세워 양자회담에서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는 반면, 다자주의 등 전후 체제를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음 달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계획이라고 일찌감치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서 탈퇴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외교적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APEC 불참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참석 자체를 중요시하는 아시아 문화의 특수성을 간과한 외교적 결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글로벌 상품 교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 협의체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해온 아시아태평양 전략과도 모순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체계적이고 일관된 전략에 의해 자신의 행동이 제한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명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이상과 가치,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이미지와는 다르다"며 "그래서 미국의 평판이 분명 나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의 지위와 힘이 정말로 쇠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재는 미국을 '일방주의'로 비판해온 시 주석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AP는 지적했다.

중국 학자들은 "세계가 '포스트 미국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리더십이 하락한 미국을 대신할 국가로 중국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지혜'와 '중국의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대안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할 계획임을 시사한 것이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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