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회 질서유지 위해 군투입"…곽종근 "수긍 못 해"(종합)
재구속후 4개월 만에 내란재판 출석한 尹…특전사 지휘 郭과 첫 법정 대면

尹 "중계되는데 의원 끄집어내라 했겠나"…郭 "질서유지면 軍 왜들어가나"

郭 "'문 부숴서라도 의원 끄집어내라' 지시 들었다"…국회·헌재 증언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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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특검기소' 첫 재판 출석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5.9.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4개월 만에 내란 재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처음 대면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군투입 경위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투입한 건 "질서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증인으로 나온 곽 전 사령관은 "수긍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3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구속 후 16차례 연속 불출석해오다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반대신문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곽 전 사령관에게 직접 질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곳이고, 당시 국회가 회기 중이었는데 확보의 목적을 알아야 투입하는 병력의 규모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보라는 건 군이 어떤 지점을 장악한 후 민간인 통제를 불허하고 관계자만 출입시키는 식으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건데 그런 게 없이 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하며 다소 어이없다는 투의 웃음을 지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국회) 확보라는 게 결국 공공질서라는 것을 위해 민간인을 억압하지 않고 질서 유지를 위해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라는 데 수긍할 수 없고, 질서 유지나 시민 보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군 투입이 질서 유지 목적이었다는 주장을 위한 질문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영상을 보면 특전사 요원들이 다 도망 다닌다. 소화기 터질까 봐 도망 다니고, 사람들이 특전사들에게 달려들어서 총을 뺏으려고 하고 진단서를 끊을 만큼 폭행도 당했다"며 "우리가 현장에 민간인 충돌하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어 "그런 지시가 있었으니 특전사 100명 요원이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지침에 따라 국회 관계자나 민간인들과 충돌하지 않고 도망 다니며 멱살잡이해도 당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거점을 확보한다는 것도 그 맥락에 들어가는 이야기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그건 결이 다른 부분이다"라며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국회를) 확보하려 한 건 건물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은 행위였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통령은 또 "계엄 암시를 받고, 선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임무 내지 조치에 대해서도 들었다면 이게 어떤 계엄인지, 정말 확 엎는 건지 물어볼 궁금증은 생기지 않았느냐. 그냥 받아들였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곽 전 사령관은 "지금 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솔직히 제가 되묻고 싶은 부분"이라며 "설마 아니겠지, 실제 벌어지면 어떡하지 하다가 3일에 갑자기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전 세계로 중계방송되는데, 국회 본회의장에 특수부대가 들어가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면 아무리 독재자라도 성하겠느냐"며 "전시교전용 계엄이 아닌 건 명백한데, 그렇다면 장관에게 어떤 계엄인지 물어볼 수 있지 않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말씀하신 게 김 전 장관 생각과 같은지 모르겠다"며 "만약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이 시민을 보호하고, 짧게 하고 빨리 빠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면 군이 거기에 왜 들어갔겠느냐. 경찰을 부르면 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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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피청구인 측 질문에 답변 (서울=연합뉴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6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곽 전 사령관은 앞선 내란 특별검사팀의 주신문에서는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증언했던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는 특검팀이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고 하자 "네"라고 답했다.

특검팀의 "지난해 12월 4일 0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을 통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문을 열고 국회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12월 3일 오후 11시 36분과 다음날인 4일 0시 31분 윤 전 대통령과 두 번 통화했다"며 "의결정족수 이야기하실 때 제가 YTN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걸 봤다. 그걸 어떻게 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간다고 잊혀지는 게 아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는 하도 통화를 많이 해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는데 비슷한 결로 이야기했다"고 말하며 감정이 격해진 듯 울먹이기도 했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시 '도끼를 사용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수라고 했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도끼라는 표현은 제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또 김현태 전 단장에게 "전기를 차단할 수 있느냐"고 물은 건 맞지만, 이 역시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도 증언했다.

특검팀은 곽 전 사령관이 지난해 10월 1일 저녁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과 가진 저녁 자리와 관련해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나 비상대권에 대한 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계엄이라는 용어를 말한 적은 없다"면서도 "당시 기억 속에 확보해야 할 장소, 비상대권, 특별한 방법 이런 게 그때부터 기억 속에 있다"고 답했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9일 같은 인원이 모인 자리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팀이 "'특별한 방법'이라고 했는데, 비상계엄으로 이해한 게 맞느냐"고 묻자,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 같다"며 "머릿속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ju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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