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APEC] 한중, 내일 정상담판서 '민생·비핵화' 접점 찾을까
위성락 "민생 공통이해 많아"…민감한 사안대신 실질적 경협의제 발굴
비핵화 언급않는 中 설득 미지수…"위협관리 협조 기대가 최대치" 진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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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세션1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주석 입장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입장하고 있다. 2025.10.31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어려움을 겪었던 한중관계를 복원 궤도에 올려놓을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에서 다음 달 1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협력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양측이 새로운 관계 동력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0일 MBC 뉴스에 출연해 "한중 간에는 지난 수년 동안 관계가 많이 저하되어서 사실 가장 어려운 관계까지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관계 전반을 크게 복원하는 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게 중요한 회담 취지"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 정부가 '민생'을 이번 회담의 중요한 협력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모토 아래 민생문제 해결에 대한 주제가 하나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도 MBC 출연 당시 "(한중) 서로 간 민생 문제에 대해 공통 이해관계를 가진 분야가 많다"고 언급했다.
미중 대립구도가 심화하는 가운데 한중간에는 전통적 군사안보는 물론이고 공급망이나 첨단기술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민감성이 높아졌다. 안보와 경제가 연동돼 한중관계 운신폭을 더욱 옭아매는 현상도 나타났는데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의 이해가 겹치는 실질적 경제협력 사안을 발굴, '민생'을 키워드로 삼아 적극적으로 의제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상호 무비자 정책 확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영역 협상의 실무적 진전 등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안정적 공급망 유지 문제도 한국의 관심 대상이다.
중국 선양총영사를 지낸 신봉섭 광운대 초빙교수는 "한중관계의 '리셋'을 민감하지 않으면서도 친근감있게 포장할 분야가 민생분야 협력강화로 보인다"며 "우리는 여전히 중국과 실질적 경제 교류,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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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영접 (경주=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31 photo@yna.co.kr
 
북핵 문제 등 안보 분야에서 어떤 논의가 오고 갈지도 관심이다.
최근 중국은 북한과 관계를 회복하면서 과거와 달리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잘 거론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4일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 언급이 사라졌는데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 정부는 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이재명 대통령 신화통신 서면 인터뷰)고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이 지금 비핵화를 다시 이야기하면 (관계를 복원해 놓은) 북한도 잃을 수 있다"며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북핵이) 실질적 위협이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만 중국이 받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상황에선 북한의 핵 위협을 '관리'하는 데 중국의 협력을 요구하는 것이 한국이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한국으로서는 북핵 위협이 관리되지 않아 한반도가 불안정해지면 한미동맹 억지 태세와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을 공식화하고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승인을 얻었다.
정부는 북한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시도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미국은 동맹인 한국의 안보 역량을 높여 사실상 대중국 견제에 기여하도록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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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영접하는 이재명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2025.10.29 superdoo82@yna.co.kr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군사적 포위망에 한국이 동참하는 것을 강하게 경계해 왔다. 한국이 미국 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려면 중국도 북핵 문제에서 최소한의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간 대립 수위를 과도하게 높이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여왔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와 관련해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하지 그 반대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일단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비교적 완곡하게 비판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황재호 한국외대 글로벌안보협력센터 소장은 "일단 이번 국빈방문을 만들어낸 것만도 (의미가) 크다"며 "두 지도자가 서로 인적 탐색을 하면서 관계를 나름대로 '워밍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것을 확인하고 선언적으로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김효정 이은정 기자)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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