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호 주인도대사 "인도 마지막 기회의 땅…한류 뜨거워"
"성장 잠재력 입증…조선·반도체·원전·우주 분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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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이성호 주인도 한국대사 [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 LG, 삼성전자[005930] 같은 기업이 1990년대 인도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것처럼, 또다시 제2의 큰 투자 물결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성호 주인도대사는 2일 인도 뉴델리 주인도 한국대사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외교부에서 경제외교조정관·경제안보TF 단장을 거친 '경제통' 외교관으로, 2022년 주이탈리아 대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주인도 대사에 부임했다.

그는 "예전에는 인도가 고성장과 저성장을 반복하며 '언젠가는 뛸지도 모르는 코끼리' 같은 존재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설 전망이고, 2∼3년 내로 독일도 제치고 G3 자리에 오를 거라고 한다. 성장 잠재력을 의심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인도 시장에서 '제2의 투자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산업 분야로는 조선업, 반도체, 원전, 항공우주 등을 꼽았다.

그는 "인도가 반도체 산업 육성의 주요 파트너로 미국 마이크론, 대만 PSMC와 손잡은 것이 사실이지만,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하나에도 수많은 연계 산업이 필요한 만큼 한국 기업이 들어와 주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라며 "인도가 우주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발전된 국가인데, 전략적인 협력을 확대해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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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이성호 주인도 한국대사 [크래프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콘텐츠 산업을 통한 한류 수출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대사는 "인도의 한류 콘텐츠 인기는 그야말로 뜨겁다. 정부 고위 인사들이나 현지 기업인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K팝이나 드라마, 뷰티 이야기를 한다"며 "대사관 차원에서도 다양한 K콘텐츠 행사를 인도 전역에서 개최하고 있고, 앞으로도 적극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259960]이 인도 시장에 특화된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에 대해서는 "인도는 정보기술(IT) 기반이 강한 나라고 젊은 층에서 게임 문화가 활성화돼있는데, 크래프톤이 이를 잘 공략해 좋은 성공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대사는 인도가 개발도상국인 만큼 일부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업들이 꾸준히 도전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장경제 체제고, 정권이 바뀐다고 규제 등이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는다"며 "경직된 관료주의나 부정부패 문제가 있긴 하지만 크게 두려워할 정도의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인도 투자와 교류 확대를 위한 대사관 차원의 노력도 강조했다.

이 대사는 "최근 인도 상공부와 핫라인을 조성했는데,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겪는 인허가, 통관, 현지 규제 등 문제를 대사관이 취합해 전달하면 회신을 받는 방식"이라며 "양국 학계 인사 간의 교류나 정책 연구 공동 수행을 지원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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