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스타머 총리 취임 16개월만에 당내 '사퇴론'
정책실패·지지율 급락에 교체 움직임…후임거론 보건장관은 "헛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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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총리(오른쪽)와 스트리팅 보건장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지난해 7월 취임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집권 노동당 내에서 사퇴론에 휩싸였다.
12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노동당 하원의원 사이에선 오는 26일 예산안 발표 이후 당 대표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에 사실상 총리를 바꾸려는 시도다.
노동당 규정에 따르면 당 소속 하원의원의 20%가 찬성하면 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을 치를 수 있다. 현재 노동당 소속 하원의원은 405명이므로 81명 이상이 모이면 새 대표 후보를 내세워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
스타머 총리에 도전할 만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웨스 스트리팅 보건복지장관과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 브리짓 필립슨 교육장관 등이다.
일간 가디언은 당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오는 26일 예산안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고 스타머 총리가 물러서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만한 하원의원 50명이 스트리팅 장관 뒤에 있다고 전했다.
일간 더타임스는 또 당내 의원들을 인용해 누가 차기 경선 주자로 나서든 얼마 전 부총리 및 노동당 부대표직에서 물러난 앤절라 레일라 하원의원이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는 그동안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복지를 삭감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가 당내에서 중도좌파 정당의 색깔을 잃었다는 거센 반발을 샀다. 이런 정책은 대부분 철회됐지만, 지도부가 길을 잃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이어졌다.
지지율 급락으로 다음 총선 승리는커녕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할 것이라는 불안도 커졌다. 경제 성장 둔화, 공공재정 구멍 우려 속에 예산안에서 근로자 증세를 발표해 지난해 7월 총선 공약까지 깨면 지지율은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한 장·차관급 인사는 "총리가 미움을 사고 있다. 제러미 코빈 (전 당 대표) 때보다도 나쁘다"며 "내년 5월(지방선거)까지도 유지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BBC에 말했다.
스타머 총리도 이를 알고 단속에 나섰다.
총리 '측근'들은 지난 11일 주요 매체들에 "총리가 이미 노동당 의원들과 접촉하면서 지도부 교체 시도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이같은 시도는 영국의 금융시장 입지와 외교 관계를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장·차관들에게 경고했다"고 말했다.
차기 후보로 거론된 스트리팅 장관은 12일 오전 BBC 인터뷰에서 스타머 총리에게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자멸적인 헛소리"라면서 "우리 총리에게 그런 일을 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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