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육군 수색 중단·철수 명령에도 "군기있게 강인하게"
해병특검 공소장…기상 악화 속 '해병대도 철수하라' 명령 무시

성과 비교하며 수색 독촉…결국 무리한 수중수색 중 채상병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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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사단장, 특검 출석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31 cityboy@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의진 이승연 기자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상병 순직 하루 전날 작전통제권을 보유한 육군의 철수 명령을 무시한 채 실종자 수색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임 전 사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수색 1일 차였던 2023년 7월 18일 임 전 사단장은 육군의 철수 명령을 보고하는 박상현 전 제2신속기동부대장(7여단장)에게 "첫날부터 군기 있게, 강인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 전 사단장은 "사기 떨어지게 중단하면 안 된다"며 "종료 예정 시각까지 계속 수색하라"고 지시했다.

당시는 이미 육군에 작전통제권이 넘어간 상태였다. 기상 상황을 고려해 육군 부대를 모두 철수시킨 육군50사단장은 박 전 여단장에게 '해병대도 철수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지침을 하달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수색 첫날 임 전 사단장이 오전 8시부터 박 전 여단장의 수행을 받으며 현장을 둘러봤고, 수색하는 대원들의 사진 및 언론보도를 보고 받아 수중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적극적·공세적인 작전 수행만을 강조했는데, 이 과정에서 실종자 수색 성과를 낸 7여단과 포병여단을 비교하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은 수색 첫날 7여단 71대대에서 실종자 시신 1구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박 전 여단장으로부터 듣고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오후 포병여대 숙영지를 방문해서는 "7여단에서 실종자 1명 찾았는데 포병도 찾았으면 좋겠다. 실종자를 찾으면 14박 15일 휴가를 줄 테니 대원들을 독려하라"고 말했다.

7여단의 수색 성과 소식을 들은 임 전 사단장은 포병여단을 더 채근했다.

당시 박 전 여단장은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에게 임 전 사단장의 질책 사항을 전달하며 "지휘 똑바로 하라 강조하셨고, 작전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일렬로 비효율적으로 하지 말고 '바둑판식'으로 수색 정찰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함께 기소된 최 전 대대장은 포병대대를 질책한 임 전 사단장이 이튿날에도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에 심적 부담을 느낀 나머지 "다 승인받았다. 우리 포병은 (내일) 허리까지 들어간다"라고 상부의 공식적인 지침인 것처럼 다소 위험한 수색 방식을 간부들에게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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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하는 박상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청문회.

박상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4.7.19 utzza@yna.co.kr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사실상 작전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고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작전 관련 수색 위치, 수색 방법, 물자 활용 등 구체적인 작전 지시를 내리며 실질적인 작전지휘권을 행사했고, 이에 따라 병력의 안전 확보가 침해되고 지휘체계에 혼란이 초래됐다고 적시했다.

실제로 임 전 사단장은 수색 첫날 저녁 간부 대상 회의를 주관하는 자리에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수색 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면서 찾아야 한다"며 가슴 장화를 추가 확보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언론홍보 및 육군과의 경쟁만 의식해 안전 주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이튿날 해병대원들이 수색 작전을 하던 중 채상병이 물에 빠져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대원은 물에 빠진 뒤 구조됐으나 이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었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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