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유엔 기후총회서 수만명 시위…"아마존 학살 멈추라"
원주민·활동가 등 시가 행진…"4년 만에 돌아온 대규모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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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30가 개최 중인 브라질 베렝에서 열린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개최 중인 브라질에서 15일(현지시간) 각국에 적극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벨렝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원주민들과 환경운동가 등 약 5만 명이 모여 각국 정부와 기업에 환경 파괴를 부른 책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구호를 외치며 노래를 부르고 커다란 지구본을 굴리며 시가 행진을 벌였다.
시위자 일부는 검은 옷을 입고 '화석', '석유', '천연가스'라고 쓰인 관을 옮기며 화석연료의 '장례식'을 치르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해온 그는 이번 총회에 연방정부 차원의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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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에 참석한 원주민 지도자 차이 수루이(28)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각국에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고, 후퇴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또 다른 원주민 베네디토 후니 쿠인(50)은 "현재 우리의 숲이 학살되는 참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마존의 실상에 관해 알리고 성과를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려면 COP에 더 많은 원주민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을 계기로 한 시위 이후 4년 만의 대규모 집회라고 AFP는 전했다.
각각 COP27, 28, 29 개최국인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아제르바이잔은 집회·시위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국가여서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날 시위대는 벨렝 시내에서 4.5km를 행진한 뒤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빈곤 퇴치 활동가는 이번 시위가 "원주민이 주도하고, 시민운동이 이끌고, 시민들의 힘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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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30 회의 모습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17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일 개막한 COP30은 오는 21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 재원 조성을 위한 구체적 논의와 함께 열대우림보전기금(TFFF)조성, 2035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등을 의제로 다룬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 속에 관련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드레 코헤아 두라구 COP30 의장은 개막 뒤 일주일간의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각국 외교관들에게 시간 끌기식 지연술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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