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K-패션 시대"…의류업체들 3분기 호실적에 주가 기대 '쑥'
영원무역·F&F·한세실업 연이어 호실적…"실적 성장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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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많은 K-패션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섬유교역전(프리뷰 인 서울)에서 바이어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5.8.20 jin90@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부진에 고전하던 의류업체들이 잇따라 3분기 호실적을 내며 업종 전반에 온기가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K-패션'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향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영원무역은 전장 대비 11.27% 급등한 7만7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7만9천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영원무역 주가는 의류 수요 부진 등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에 52주 신저가(3만7천600원)로 추락했으나, 약 1년 만에 52주 신고가 고지를 밟았다.

영원무역이 3분기 호실적을 공개하면서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지난 14일 장 마감 후 공개된 영원무역[111770]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천81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3% 증가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1천289억원)를 41% 웃돌았다.

이날 SK증권은 영원무역의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고 평가하면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도 6만2천원에서 9만원으로 45% 상향했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영원무역의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는데,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부문 영업이익이 관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탑라인 성장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로 18% 성장했고, 영원무역이 인수한 자전거 업체인 스콧(Scott)의 영업적자가 48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실적을 통해 관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적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내년에도 관세의 실적 하방 압력이 존재하고 거시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개별적인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원무역뿐만 아니라 최근 의류 대장주들이 연이어 3분기 호실적을 공개하면서 의류주 전반에 온기가 번지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장 마감 후 공개된 F&F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1천2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2% 증가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1천142억원)를 12.1% 상회한 수치다.

이에 지난 11일 F&F 주가는 14% 가까이 급등했다.

아울러 한세실업이 지난 13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370억원) 역시 컨센서스를 80% 웃돌았다.

정부의 소비 쿠폰 지급 정책에 국내 의류 소비가 증가하고,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 등에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의류 업종 전반의 실적을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해니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3분기 의류업종 실적 전망 관련 보고서에서 "정부의 소비 쿠폰 전체 배부액의 약 3.6%(약 3천265억원)는 의류·잡화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7월 말부터 정부의 소비 쿠폰이 배부되면서 반등한 소비자 심리가 의류 매출을 소폭 상승시킬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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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브랜드를 만나는 자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트렌드페어에서 모델들이 패션쇼를 하고 있다. 2025.8.20 jin90@yna.co.kr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K-패션'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의류업종 실적의 핵심인 겨울옷 판매 증가 기대감이 커지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이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K-콘텐츠의 확산은 미디어 중심의 관심을 넘어 K-라이프 스타일의 핵심인 패션 산업까지 확대되며 아시아 주요국 내 K-패션 인기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K-패션 쇼핑은 이미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고 짚었다.

또한 "K-브랜드의 현지 팝업은 오픈과 동시에 큰 화제를 끌며 2∼3일 만에 보통 매장의 한 달 매출을 달성하는 등 현지에서도 K-패션의 인기는 뜨겁다"며 "어느 때보다 K-패션 인기가 높은 지금, 의류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해니 연구원도 "중국 무비자 입국과 K-컨텐츠의 힘으로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은 의류 업종의 신규 매출 발생원이 될 것"이라며 "명동, 강남 등 외국인 상권의 의류 점포 및 유통 채널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이후 대형 의류 기업의 IPO(기업공개)가 연이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되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나타난 K-뷰티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대한 시장의 관심 고조가 K-패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내년 상반기 중 피스피스스튜디오 IPO, 2년 내 무신사 IPO 등 K패션 대표 기업 상장이 예정된 가운데 잇따른 IPO를 통해 K패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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