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만 개입' 시사에 中 경계감 고조…"군사전략 급변 신호"(종합2보)
인민일보 "日군국주의, 과거 '존망의 위기' 구실로 수차례 대외 침략"

전문가 "日, 주변 유사시를 군사제한 풀 최적기로 봐…日전역 전쟁터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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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만난 중일 정상 (경주 교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1일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0.31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과 관련, 중국 매체들이 사설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 우경화 및 군국주의 재부상에 대해 경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일본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이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으로 여겨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거론하자 중국에서는 이를 일본의 군사전략상 방향 전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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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80년 야스쿠니신사서 펄럭이는 욱일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인민일보 "일본 우익의 잘못된 역사관 드러내…당랑거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7일 사설 격인 '종성'(鐘聲) 칼럼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겨냥해 "일본 우익세력의 지극히 잘못되고 위험한 역사관·질서관·전략관을 충분히 드러낸다"면서 "군국주의를 위한 초혼(招魂)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한 달도 안 돼 일본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이러한 발언을 했다면서 "이는 위험한 국내외 정책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그 배후에는 평화헌법의 속박을 깨고 군사대국이 되려는 일본 우익세력의 위험한 기도가 있으며, 일본은 최근 몇 년 사이 안보 정책을 대폭 조정하고 국방예산을 늘리는 한편 공격형 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민일보는 일본 군국주의가 '존망의 위기'를 구실로 만주사변 등 여러 차례 대외 침략을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 핵심이며, 레드라인이자 마지노선"이라며 대만 문제는 내정인 만큼 외세 간섭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의 통일 대업을 개입·저지하려는 모든 계략은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으려는 무모한 행동)이며 주제넘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화통신도 시평을 통해 올해가 중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및 대만 광복 80주년이라면서 "일본 일각에서 군국주의 죄행을 반성하지 않고 무력으로 이웃 국가의 내정에 개입하겠다는 망언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그러면서도 최근 중국의 3번째 항공모함 푸젠함 취역과 지난 9월 중국의 대규모 열병식 등을 거론하며 "중국 인민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려는 망상을 품는 자는 누구든 중국의 정면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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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열병식 당시 중국 베이징 상공의 전투기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 中 전문가 "日 군사전략 급변 신호…군사정상화 과정"

중국 전문가들도 관영매체와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으며, 일본 군사전략상 '급변' 신호일 수 있는 만큼 고도로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은 이에 앞서 2022년 전수방위(공격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를 넘어 반격 능력 보유를 천명했고, 올해 방위백서에서는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봤는데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 천후는 중국신문망 인터뷰에서 "일본은 모호하고 점진적 방식으로 근본적 개혁을 가리는 데 능숙하다"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도발적 발언은 일본 군사전략이 새로운 질적 변화를 준비 중임을 암시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른 전문가 진하오는 해당 발언은 일본 재무장론에 부합한다면서 "이들은 주변 유사시를 일본의 군사적 제한을 완화할 최적기로 본다"고 말했고, 또다른 전문가 왕리위는 이번 발언은 일본의 '군사 정상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우연이 아니라고 봤다.

중국 현대국제관계 연구원의 쉬융즈는 해방군보 칼럼에서 "대만해협 정세에 무력 개입할 경우 일본 국민과 국가 모두 재난에 빠질 수 있다"면서 "(일본) 전국이 전쟁터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매체 관찰자망은 일본 학자를 인용해 "중국과 전쟁한다면 일본이 궤멸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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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中외교부 "'日 침략 속죄' 무라야마 담화 기억할 때"

일본 외무성의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이날 중국을 방문해 상황 진화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은 일본 측에 입장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995년 일본의 식민 지배와 주변국 침략을 반성·속죄했던 '무라야마 담화' 영상을 올리고 "무라야마 담화를 기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는 영어·일본어로 된 게시물에서 1972년 중일 공동성명 내용을 인용해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 일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인적 교류 분위기도 심각히 악화시켰다며 일본 측이 잘못된 발언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가 만나 갈등 봉합을 시도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양측이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도 엑스를 통해 다카이치 총리의 집단적 자위권 주장에 대해 "논리가 매우 황당무계하고 위험하다"면서 일본이 중국 내정과 관련해 파병하려는 등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동맹국 등 밀접한 관계의 나라가 공격받으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9일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고,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13일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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