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완화·채널확보 '다목적 포석' 군사회담 제안…北반응 주목(종합)
북 "한국과 마주 앉을 일 없어" 밝혀 와…호응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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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양 수석대표 (판문점=연합뉴스)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 후 남측 수석대표 김도균 소장(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 안익산 육군 중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2018.10.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하채림 박수윤 기자 = 국방부가 17일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공개 제안하면서 북한이 화답할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이날 김홍철 국방정책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 논의를 위한 군사회담을 북한에 제안했다.

국방부는 MDL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돼 북한군이 작업을 하다 MDL을 침범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자칫 우발적 군사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한 1천200여개의 MDL 표식물 중 200여개만 확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남북 간 긴장완화는 이재명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는 남북관계에서의 주요 목표다.

북한이 회담 제안에 응한다면 단절된 남북 소통채널이 부활한다는 의미도 있다.

남북은 과거 판문점 채널과 동·서해 군통신선 등 3개의 연락채널을 유지해 왔지만, 북한은 2023년 4월 7일 이후 모든 채널을 끊어 2년 넘게 소통 단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남북 군사회담은 2018년 10월 열린 제10차 남북장성급회담이 마지막이다.

김 실장은 담화에서 북측 카운터파트를 특정하진 않았으나, 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 국방성에서도 동일한 직급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10차 남북장성급회담에는 김도균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과 안익산 북한 중장(한국 소장급)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2014년 10월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당국자 비공개 접촉 때는 류제승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영철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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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최근 북한군 동향 공개 (서울=연합뉴스) 합참은 23일 언론에 배포한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북한은 또한 남북 군사분계선(MDL) 일대 경계를 강화하면서 대남 풍선 부양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전선지역 철책 설치하는 북한군. 2024.12.23 [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하지만 북한이 바로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남측과 단절하기 위한 갖가지 조치들을 이어왔다.

작년 4월부터는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 다수의 병력을 투입해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7월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말한 바 있다.

'군사분계선 기준선 재설정'이라는 의제 자체도 북한이 크게 관심을 가질만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의 국경화를 위한 작업 활동으로 벌어지는 남측의 경고사격이기 때문에 남측이 조장하는 위협이지, 당장의 충돌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대화에 응해야 할 필요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분계선이 '정전협정'을 근거로 설정된 점도 북한의 호응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북한은 1953년 7월 유엔군사령관, 북한군 및 중국군 사령관이 정전협정에 서명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만큼, 군사분계선 문제가 남측과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면서 미국의 대화 제안도 외면하는 상황임을 고려해도 우리의 대화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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