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비행' 대한항공·'고속질주' 도로공사, 연승 행진 원동력은
5연승 대한항공, 공수 모두 상대팀 압도…3년 만의 3관왕 도전
7연승 도공, 모마·강소휘·타나차 앞세워 '어게인 2017-2018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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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기뻐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과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2025-2026 V리그 시즌 초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을 3-2로 누르고 5연승 고공비행으로 선두에 올라섰고, 한국도로공사 역시 파죽의 7연승 질주로 선두 독주 채비에 들어갔다.
지난 2024-2025시즌에 3관왕(컵대회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던 현대캐피탈에 밀려 무관(無冠)에 그쳤던 대한항공은 2023-2024시즌 통합 4연패를 이뤘던 명가(名家)의 자존심 회복을 꿈꾸고 있다.
지난 시즌 후 브라질 남자대표팀 사령탑 경력의 명장(名將) 헤난 달 조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대한항공은 시즌 6승 1패(승점 17)를 기록, 3강 그룹인 KB손해보험(5승 2패·승점 16), 현대캐피탈(4승 3패·승점 13)에 앞서 있다.
지난 달 26일 KB손해보험에 1-3으로 졌지만, 나머지 팀들은 모두 한 번 이상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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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전에서 스파이크하는 대한항공의 정지석(10번)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항공의 시즌 초반 기세는 공격과 수비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대한항공은 공격종합(성공률 55.8%)을 비롯해 오픈공격(성공률 40.5%), 속공(성공률 61.3%), 퀵오픈(성공률 60.5%), 후위공격(성공률 61.2%) 등 공격 거의 모든 지표에서 1위에 올라 있다.
팀 득점 부문에서만 678점을 올려 OK저축은행(682점)에 밀린 2위에 랭크됐을 뿐 경쟁자인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을 압도했다.
비득점 부문에서도 팀 리시브(효율 37.4%)와 팀 세트(세트당 14.4개), 팀 수비(세트당 18.1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에선 외국인 거포 카일 러셀이 제 몫을 해주는 가운데 주장이자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주축인 정지석의 공격력이 살아난 게 대한항공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정지석은 16일 현대캐피탈전에선 양 팀 최다인 27점을 사냥하며 성공률 62.9%의 순도 높은 공격으로 3-2 역전승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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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헤난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는 대한항공의 정지석(왼쪽)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지석은 올 시즌 7경기에서 135점(경기당 평균 19.3점)을 뽑아 득점 부문에서 국내 선수 중 가장 높은 8위에 이름을 올렸고, 공격 종합에선 성공률 58.7%로 선두를 질주 중이다.
또 지난 달 말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이 '조커'로 활력을 불어넣는 건 물론 왼쪽 날개 공격수인 정한용과 임재영도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일본인 리베로 이가 료헤이가 철벽 수비를 자랑하고, 중앙의 김규민, 김민재, 최준혁도 블로킹과 속공에서 다른 팀의 미들 블로커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40세의 베테랑 세터 한선수가 10년간 차왔던 주장 완장을 정지석에게 내주고 정교한 볼 배급과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여자부에서 7연승으로 시즌 초반 '1강' 입지를 굳힌 한국도로공사 상승세의 원동력은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와 강소휘,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으로 이어지는 막강 삼각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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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기뻐하는 한국도로공사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카메룬 폭격기' 모마는 5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때 전체 4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뒤 맹활약 중이다.
모마는 이번 시즌 8경기에서 230점(경기당 평균 28.8점)을 사냥해 GS칼텍스의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256점)에 이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특히 모마는 지난 1일 실바와 외국인 거포 대결 때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45점을 폭발하며 37점을 사냥한 실바를 압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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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는 한국도로공사의 모마(중앙)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강소휘는 126점(경기당 평균 15.8점)을 뽑아 국내 선수 중 가장 높은 득점 7위에 랭크돼 있고, 타나차 역시 득점 부문 9위(115점)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한 팀 세 명의 선수가 득점 부문 톱10에 오를 정도로 7개 구단 최강 삼각편대로 떠오른 것이다.
여기에 주전 세터로 나서는 이윤정이 안정감 있게 경기를 조율하고 있는 데다 블로킹 부문 1위를 달리는 김세빈(세트당 0.97개)과 어깨 부상으로 빠진 베테랑 배유나의 공격을 잘 메우는 새내기 미들 블로커 이지윤도 도로공사 7연승 질주의 숨은 공신들이다.
도로공사는 여세를 몰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독식했던 2017-2018시즌 이후 8년 만의 통합우승을 꿈꾸고 있다.
통합 4연패 신화를 이뤘던 전성기 때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대한항공과 막강 화력으로 8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리는 도로공사가 남녀부 우승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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