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고교생 어머니, 극도 쇠약…아들 소식 기다리며 버텨"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전단에 답변 없느냐 물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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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북에 끌려간 이민교 학생(당시 18세)의 어머니 김태옥씨(왼쪽)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줄리 터너(오른쪽)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가 24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납치된 고교생 5명의 송환기원비 제막식에 앞서 이민교 학생의 모친을 위로하고 있다. 2024.5.24 kan@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납북 고교생 이민교의) 어머님께서 북에 아들 사진 보낸 것에 답이 왔느냐고 간신히 물으셨는데 송구한 마음에 답도 못 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네요"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977년 북으로 끌려간 고교생 이민교(납북 당시 18세)의 어머니 김태옥(93)씨가 넉 달 넘게 병상에 누운 채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1977~1978년 북한 공작원에 의해 전남 홍도와 전북 선유도에서 납치된 고교생 5명의 부모 중 생존자는 김씨와 홍건표 학생의 어머니 김순례(92)씨만 남았다.
김씨는 작년 5월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 제막식에서 줄리 터너 당시 미 북한인권특사의 손을 부여잡고 "아들이 북에서 돌아오진 못하더라도 나 죽기 전에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주시오, 김정은한테 우리 아들 면회라도 시켜달라고 잘 좀 말해주시오"라고 눈물로 호소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
지난 6월 급격히 기력이 약해져 입원한 김씨는 지난달 골절로 수술까지 받은 후 최근에는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다고 한다.
최 대표는 "피랍 고교생 얼굴이 들어간 대북 소식지(전단)를 날릴 거라고 했더니 어머님께서 쌈짓돈 10만원을 따로 후원하셨다"며 "말씀도 제대로 못 하실 정도로 기력이 없으신데도 지난주 내 얼굴을 보자 아들 소식부터 물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이 올해 4~5월에 북을 향해 살포한 전단에는 고교생 납북자, 최 대표의 부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 등 납북 피해자 7명의 얼굴과 인적 사항 등이 담겼다.
이 단체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통일부와 접경지 주민의 요청을 수용해 살포 중단을 선언하며 통일부 등 정부를 향해 납북자 생사 확인을 간청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단절이 계속되며 납북자 생사 확인은 여전히 아무런 진전도 없는 상태다.
한편, 작년 5월 남북 정상을 향해 아들 상봉을 호소하는 손편지를 쓴 김순례씨는 올해 들어 노인성 치매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김태옥 어머님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정도로 건강이 나쁘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돌아오지 못해도 좋으니 제발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노모의 애끓는 부탁을 조금이라도 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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