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20 정상선언 채택말라"…의장국 남아공은 "굴복 안해"(종합)
라마포사 대통령 "어느 국가도 다른 국가 겁박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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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시내 G20 광고판 지난 1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시내의 G20 정상회의를 알리는 간판 아래 한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 2025.11.20 [EPA=연합뉴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보이콧한 미국이 '정상 선언'을 채택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의장국 남아공 정부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주남아공 미국대사관은 지난 주말 남아공 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남아공의 G20 우선순위는 미국의 정책 입장과 상충한다"며 "귀국의 회의 주재로 협상한 어떤 문서에 대한 합의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합의된 G20 입장을 전제로 한 어떤 정상회의 결과문서도 미국의 동의 없이 채택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미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 성명만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20 정상회의는 보통 글로벌 경제와 관련해 다양한 사안에 대한 합의를 담은 '정상 선언'을 발표해왔다. 남아공 정부도 오는 23일 정상회의 폐막에 앞서 개발도상국의 부채 경감과 글로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약속 등을 담은 '요하네스버그 정상 선언'을 채택한다는 방침이다.

이 공문에 대한 질문을 받은 크리스핀 피리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 대변인은 "남아공은 강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불참하기 때문에 G20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불참을 통한 강압이 용납될 수는 없다"며 "이는 제도적 마비와 다자주의의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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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시민사회단체 정상회의서 연설하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AFP=연합뉴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도 20일 G20 사전행사인 시민사회단체 정상회의 연설에서 "한 나라의 지리적 위치나 부, 군사력이 누가 발언권을 갖고 누가 무시당할지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국가도 다른 국가를 겁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의 토지 수용 정책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인사의 비난이 잇따랐던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도 "우리는 괴롭힘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무장관도 라마포사 대통령의 연설 후 발언에서 정상 선언 채택 추진 방침을 밝히며 "누구도 정상회의에서 선언 채택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아공은 G20 의장국으로서 기후변화 재난 복원력과 대응 강화, 저소득국의 지속 가능한 부채 관리,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금 조달, 포용적 성장과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한 핵심 광물 활용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은 올해 G20 정상회의 주제인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이 반미주의라고 비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20 의제 등을 두고 남아공과 갈등을 빚어온 끝에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이 불참하면 그들만 손해"라고 답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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