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하나 된 가르침·손안의 우주…한국 찾은 이슬람 '명품'(종합)
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실 22일 개관…이슬람 문화 다룬 첫 상설전

카타르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 초기 쿠란 필사본 등 83건 한 자리에

성지 '메카' 향하는 대리석 석판·1천송이 꽃 담은 화려한 카펫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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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나메'(왕들의 책) 필사본 삽화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가 열린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린다. 2025.11.21 scape@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쿠란은 신의 말씀이다. 그 의미는 바다와 같아서 그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있는 자는 없다."(이슬람 신학자이자 법학자 알-가잘리)

이슬람 경전인 '쿠란'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받은 신의 계시를 기록한 책이다.

쿠란을 읽기 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마음을 경건히 했다. 이를 필사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서체로 가르침을 전하며 문자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특정 글자를 강조하기 위해 길게 늘어뜨리거나 반짝이는 금가루로 화려한 문양을 장식하기도 했다. 종교적 가르침을 넘어 독창적인 작품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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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방향 표시하는 미흐랍 석판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가 열린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모스크에서 메카 방향을 표시하는 벽감인 미흐랍 석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린다. 2025.11.21 scape@yna.co.kr

왕조와 지리, 문화의 경계를 넘어 화려하게 꽃피운 이슬람 문화와 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1천400년에 걸친 이슬람 이야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2일부터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서 이슬람실을 선보인다.

카타르 도하의 이슬람예술박물관(Museum of Islamic Art·MIA)과 함께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을 주제로 한 83건의 유물을 소개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슬람실 개관에 앞서 21일 열린 간담회에서 "80여 점의 '명품'을 엄선해 이슬람 시각 문화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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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가 열린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린다. 2025.11.21 scape@yna.co.kr

평소 쉽게 보지 못했던 이슬람 예술의 '정수'가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최초의 이슬람 왕조인 우마이야 왕조(661∼750)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쿠란 필사본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필사본 가운데 하나다.

당시 고급품이었던 양피지 위에 약간 기울어진 서체를 쓴 점이 눈에 띈다.

아바스 왕조(750∼1258) 시기에 만들어진 쿠란 필사본은 금빛 장식이 화려하며, 14세기 중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필사본은 독특한 서체를 따라 보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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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굴 제국 단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가 열린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린다. 2025.11.21 scape@yna.co.kr

티무르 제국(1370∼1507년) 시기인 15세기 초에 완성된 필사본은 한쪽 벽면을 장식한다. 거대한 크기의 필사본을 만들려면 종이 약 1천600장 분량이 필요했다고 한다.

여러 필사본을 비교하면서 그 발전상과 특징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쿠란의 '빛의 구절'을 상징하는 대리석 석판은 특히 신경 쓴 부분이다.

미흐랍 석판으로도 불리는 이 유물은 이슬람 건축에서 메카(Mecca·이슬람 최고의 성지)가 어디 있는지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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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하사품 '바주밴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가 열린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린다. 2025.11.21 scape@yna.co.kr

박물관 관계자는 "알라의 지식과 정의, 지혜를 찬양하며 이슬람이 참된 종교임을 선언하는 내용이 둘러싸고 있다"며 "메카를 향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꽃과 잎사귀, 식물 덩굴 등이 어우러진 무늬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세밀한 문양으로 채운 촛대, 숙련된 장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컵 등이 전시된다.

당대 과학 기술이 집약된 천문기구도 관람객 앞에 선보인다.

1309∼1310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스트롤라베는 천문을 관측하는 도구다. 각 도시의 위도에 맞춘 5개 판을 통해 별자리 등 천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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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로 장식한 오스만 제국의 타일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가 열린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는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린다. 2025.11.21 scape@yna.co.kr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손안의 작은 우주"로 볼 수 있는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려한 궁정에서 꽃핀 각종 예술품도 한데 모았다.

이란의 사파비 왕조(1501∼1736) 당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왕좌용 카펫, 인도 무굴제국(1526∼1857) 시기에 1천 송이의 꽃을 담아낸 듯한 카펫 등이 관람객과 만난다.

화려하고 커다란 금빛의 꽃 모양 장식인 '샴사'를 중심으로 취향껏 꾸민 왕실의 필사본은 종교와 문학, 역사, 과학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로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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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미술전 열린 국중박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전시가 열린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취재진 및 관계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이 전시는 2026년 10월 11일까지 열린다. 2025.11.21 scape@yna.co.kr

이슬람예술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어 특별히 디자인한 4개의 창을 찾아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작은 즐거움이다.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이슬람예술박물관장은 "여러 시대와 대륙을 넘나들며 발전해 온 이슬람 문화와 그 핵심 가치를 소개하는 여정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칼리드 이브라힘 알하마르 주한카타르 대사는 "이슬람 예술은 단순히 전시되는 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정체성이자 오랜 역사의 흐름을 담고 있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전시는 내년 10월 11일까지 볼 수 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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