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산타는 올 것인가, 연말 뉴욕증시의 시간표
이번 주(22~26일) 뉴욕증시는 연말의 관례로 불리는 ‘산타클로스 랠리’가 실제로 전개될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산타 랠리는 연말 마지막 5거래일과 다음 해 첫 2거래일, 즉 오는 24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뜻한다. 통계적으로는 짧지만, 투자심리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온 구간이다.
시장 데이터 집계 기관인 스톡 트레이더스 알마낙에 따르면 S&P 500지수는 1950년 이후 이 7거래일 동안 평균 1.3% 상승했다. 상승 확률은 79%에 달한다. 다만 이 흐름이 항상 재현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기조가 이어지며 산타 랠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통계는 가능성을 말해줄 뿐,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올해의 상황은 미묘하다. S&P 500은 현재 조정 국면이 길어질 경우, 5월부터 이어진 7개월 연속 랠리가 중단될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반대로 산타 랠리가 통계적 평균 수준인 1.3%만 나타나도 사상 최고치 경신이 가능하다. 연말 며칠의 흐름이 단기 기록을 넘어 내년 초 시장 분위기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뉴욕증시는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맞아 변동성이 확대될 여건 속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며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다우지수와 S&P 500은 각각 0.38%, 0.88% 올랐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는 1.31% 상승했다. 연말을 앞두고 위험 선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산타 랠리를 둘러싼 기대와 경계는 늘 함께 존재한다. 연말이라는 계절적 요인, 포지션 정리와 재편, 그리고 내년 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시장은 쉽게 한 방향으로 쏠리지 않는다. 통계적 우위는 참고 자료일 뿐, 투자 판단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연말 증시는 숫자만큼이나 ‘시간’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법정 스님은 “시간이라는 선물은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 번 흘려보낸 시간은 다시 되찾을 수 없으며, 때로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의 잔고를 헤아려 보라고 일깨운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은 연말의 시간, 그리고 다가올 새해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산타가 오든 오지 않든, 투자자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치만은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다.
석사눌 대기자·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