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수엘라 상황 심각한 우려…전쟁 열기 가득"
"대화·합의 외교가 힘의 외교로 대체…다자주의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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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14세 교황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상황에 재차 우려를 표명했다.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주재 외교사절단을 만나 "카리브해 지역에서 고조되는 긴장은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의 전개 상황에 비춰 베네수엘라 상황이 많이 걱정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를 존중하고 그들의 인권·시민권을 보호하며 안정과 화합의 미래를 보장할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상황을 언급하며 주권 보장을 독려하고 있다. 교황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페루에서 주로 성직자 생활을 하고 시민권도 취득할 정도로 중남미 지역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최근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자기구의 역할도 촉구했다.

교황은 "국제적으로 특히 걱정되는 것은 다자주의의 약화"라며 "대화와 합의를 추구하는 외교는 개인이나 집단 간 힘의 외교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력으로 국경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한 원칙도 깨졌다"라며 "평화는 바람직한 선이 아닌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력으로 추구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다시 유행하고 전쟁의 열기가 가득 차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갈등 등 최근 빈번해진 국가 간 무력 충돌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린란드 매입을 밀어붙이는 미국을 겨냥한 비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정부가 '무력 사용 옵션'까지 거론하면서 유럽에서는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게 공격받는 초유의 사태가 실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황은 또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상대로 한 폭력이 늘고 있다"라며 "이들은 자신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주민들도 언급하며 "그들의 땅에서 지속적인 평화와 정의의 미래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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