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강진 참사에도 반군 공습 계속…지원은 '외면'(종합)
지진 이후 최소 3차례 폭격·7명 사망…반군은 "즉각 휴전해야"

"피해지역 군 지원 안 보여"…구호 인력·물자 차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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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수색하는 미얀마 시민들 (만달레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31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주민들이 무너진 주택 안을 살펴보고 있다. 2025.3.31. laecorp@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얀마가 강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반군 측이 휴전 방침을 내놓았는데도 미얀마 군사정권이 구조·구호는 소홀히 하면서 여전히 반군 폭격에 치중하고 있어 지진 피해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군은 지난 28일 규모 7.7의 강진이 중부 일대를 강타한 이후에도 반군을 상대로 3차례 공습을 실시했다고 민간 지원단체 '자유 버마 레인저스' 설립자 데이브 유뱅크가 밝혔다.

유뱅크는 정부군이 미얀마 남동부 카인주, 동부 샨주에서 폭격을 벌였다고 전했다. 카인주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정부군이 소수민족 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의 본부 근처에서 군용 전투기들을 동원한 공습과 무인기(드론) 공격을 개시했다.

한 반군 단체도 28일 지진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군 공습으로 전투원 7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KNU는 성명을 통해 "지진으로 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군사정권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표적으로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군이 구호 활동을 우선시할 것이지만, 그 대신 "국민을 공격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조사위원도 "사람들을 구하려 애쓰는 와중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누구라도 군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은 이런 일이 용납될 수 없다고 압박해달라"고 호소했다.

군사정권은 이처럼 지진 이후에도 반군을 공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조직인 군을 지진 구조·구호·복구 등 지원에 거의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미얀마 담당 선임고문 리처드 호시는 군사정권이 지진 피해 지역에서 눈에 띄는 지원을 많이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호시는 "지역 소방대·구급대·지역사회 조직이 동원됐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 통상 지원을 위해 동원되는 군대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군사정권이 지진 피해 지역을 포함해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은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사정권이 오히려 이번 참사를 내전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군사정권의 악의가 미얀마의 강진 참사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기사에서 미얀마 군부가 그간 군사적 이점을 얻기 위해 자연재해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번에도 군사정권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슈퍼태풍 '야기', 2023년 5월 사이클론 '모카'가 각각 미얀마를 강타해 세 자릿수 사망자가 나왔을 때 군사정권은 인도적 구호 담당자들의 국내 이동을 차단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사실상 중단시킨 바 있다.

특히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 구호물자 등 지원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진에서 군사정권 측은 큰 피해를 입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수도 네피도 등 자신들이 통제하는 도시에는 구호 인력이 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진 발생 지역이면서 반군의 거점으로 꼽히는 미얀마 북부 사가잉주 대부분에 대해서는 접근을 차단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관측했다.

만달레이의 막대한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사가잉주도 큰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현장 접근이 어려운 가운데 피해 규모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싱크탱크 '아나갓 이니셔티브'의 냔타 린은 사가잉 지역에서 시신 악취가 심하다는 소식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사상자 규모가 실제로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사가잉 지역에서 "거의 구조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채 지역 전체가 무너져서 평평해진 가운데 거의 구조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날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 공세적인 군사 작전을 2주간 중단하고, 자신들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지진 구조·구호를 돕기 위해 유엔·국제 비정부기구(NGO)들과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군사정권이 다스리는 지역에서도 정부군이 안전을 보장해줄 경우 NUG 측 의료 전문가들이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과 협력해 긴급 구조·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들은 전날 미얀마 지진과 관련해 올해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모하마드 하산 외교부 장관 주재로 특별 비상회의를 열고 미얀마에 인도적 지원을 긴급히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인했다.

또 모하마드 장관과 마릿 싸응이얌퐁 태국 외교부 장관이 내달 5일 미얀마를 인도적 차원에서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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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정부군 사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차량을 타고 군을 사열하는 모습.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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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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