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 엮음, 무문관無門關- 온몸으로 투과하기 (본북, 2011)
◆ (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 지속적인자기성찰,깊은통찰체험 및함께 더불어나눔실천
자기성찰 주제 :자기성찰 방법은 무수히 많으나 선도회는 그 가운데 <無門關> 점검 과정을 통해 삶 속에서 자기성찰을 지속하며, 체득되는 깊은 통찰체험을 바탕으로,‘자각각타(自覺覺他)’의 가풍을 선양(宣揚)한다.
1) 자기성찰 자료 1: <무문관(無門關)>에 대하여
중국 송나라 말기에 살았던 무문혜개(無門慧開) 스님이 48개의 화두(話頭)를 모아 엮은 책을 <무문관(無門關)>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본칙(本則)과 무문 스님이 자신의 선적(禪的) 체험을 바탕으로 48개의 화두 모두에 평창(平唱)과 송(頌)을 덧붙이고 있다. 특히 맨 처음 나오는 ‘조주무자(趙州無字)’ 화두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스님들이 평생을 씨름하는 화두의 하나로 유명하다. 그런데 여기에 담겨 있는 화두들은 무문 스님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예로부터 조사(祖師) 스님 네들로 부터 내려오던 고칙(古則)이며 무문 스님도 ‘조주무자’ 화두를 받아 대오(大悟) 철저 하는데 6년간이나 걸렸었다. 그리고 무문 스님이 깨쳤던 그 상황은 <중집속전등록>에 잘 남아 있는데 무문 스님이 어느 날 재(齊)를 알리는 큰 북소리를 듣고 문득 깨달았다고 하며 이때의 상황이 “청천백일에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雷聲)이 울렸다.”라고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조심할 것은 큰 북소리에 깨달음의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며 무문 스님의 수행이 이미 무르익어 있었으며 단지 큰 북소리와 더불어 깨달음이 열렸을 뿐인 것이다. 이후 그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제자들의 근기(根氣)에 따라 알맞다고 생각되는 몇 개의 화두들을 부과해 수행시켜 오다가 그것들이 어느덧 48개나 쌓이게 되자, 1228년 남송(南宋) 이종(理宗) 황제(皇帝)의 즉위를 기념하여 이들을 한데 모아 선 수행의 지침서로써 <무문관>을 엮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무문관은 첫 번째 ‘조주무자’가 전부라고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며 나머지 47칙은 모두 이 ‘조주무자’를 철저히 투과했는지를 다시 점검하기위해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종달(宗達) 이희익 노사(老師)께서 1968년부터 한 칙씩 월간 <법시法施>에 20여칙 정도 제창(提唱)해 오시다가 1974년에 선에 처음 입문하는 초심자들을 위해 매우 친절하게 풀어쓴 <무문관(無門關)>을 단행본으로 출판하셨는데, 종정을 지내셨던 고(故) 고암(古庵) 노사께서 이 책을 접하시고는 종달 노사께 너무 노골화 시켜놓았다며 극찬한 책이기도 하다.
표문表文
紹定二年正月初五日 恭遇天基聖節. 臣僧慧開 豫於元年十二月初五日印行. 拈提佛祖機緣四十八則 祝延今上皇帝聖躬 萬歲萬歲萬萬歲. 皇帝陛下 恭願 聖明齊日月 叡算等乾坤 八方歌有道之君 四海樂無爲之化.
慈懿皇后功德報因佑慈禪寺前住持傳法臣僧慧開謹言
번역: 1229년 정월 초닷새에 경건하게 천기天基 성절聖節을 맞이하여 신승臣僧 혜개慧開는 1228년 십이월 초닷새에 불조기연佛祖機緣 48칙則을 골라 뽑아 이를 책으로 엮어 축연祝延 드리며 (아울러) 금상今上 황제皇帝 폐하陛下의 성체聖體가 만세 만세 만만세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황제 폐하陛下의 지덕총명함은 해와 달과 같이 밝고 그 성수聖壽는 무궁하여 하늘과 땅과 같아서 팔방八方에 황제의 덕이 두루 퍼져 폐하의 유도有道의 덕德을 기뻐하고 노래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천하天下가 모두 그 덕화德化를 입어 어진 정치政治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의황후慈懿皇后의 공덕을 위해 세운 보인우자선사報因佑慈禪寺의 전주지前住持 전법傳法 신승臣僧 혜개慧開 삼가 글을 올립니다.
제창提唱:
사실 이 표문이 뜻하는 바는 매우 크다. 당나라 시대부터 출가승出家僧은 황제에게도 절하지 않는 전통이 있어왔으나 宋나라 시대에 오면서부터 오산십찰五山十刹 제도를 통한 엄격한 관치불교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표문에 신승臣僧이라고 혜개 선사가 쓴 표현은 시대적 상황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한편 그 대가는 긍정적인 면에서 매우 크다. <無門關>이란 저서에 황제의 연호가 들어감으로 해서 고위관리들도 이 책을 함부로 다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황제에게 바친 책이기 때문에 책 내용도 무엇인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리라. 또한 이 남송 시대에는 목판 인쇄술이 발달해 중국 천하에 널리 선법이 퍼지는 계기도 된 것이다.
■자구字句 풀이
1) 표문表文: 황제皇帝나 임금에게 올리던 글.
2) 소정紹定: 송宋나라 이종理宗황제의 연호年號. 소정 원년元年은 1228년임.
3) 천기天基: 황제의 탄생誕生이나 즉위卽位를 뜻함.
4) 성궁聖躬: 황제의 몸 즉 성체聖體를 뜻함
5) 성명聖明: 지덕총명한 황제의 견식見識.
6) 예산叡算: 황제의 수명壽命, 성산聖算.
7) 사해四海: 천하天下를 뜻함.
8) 자의황후慈懿皇后: ‘자의慈懿’는 남송의 제3대 황제인 광종光宗의 황후의 익호謚號이며, 寧宗 황제의 어머니이다. 참고로 질투가 심해 궁녀宮女의 양손을 절단하기도 하고, 황귀비黃貴妃를 독살하기도 해 궁궐내에서 그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의황후의 사후 그녀의 악근악덕惡根惡德을 소멸하기 위해 보인선사를 건립했다고 한다.
서문序文
說道無門 盡大地人得入. 說道有門 無阿師分第一. 强添幾個注脚 大似笠上頂笠. 硬要習翁讚揚 又是乾竹絞汁 著得這些哮本. 不消習翁一擲 一擲.
莫敎一滴落江湖. 千里烏騅追不得. 紹定改元七月晦. 習菴陳塤寫.
번역: 만일 ‘무문無門’이라 설說한다면 모든 세상 사람들이 드나들 것이며 만일 ‘유문有門’이라 설한다면 우리의 스승은 처음부터 ‘무문관無門關’이라고 제목을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스승은) 이것에 억지로 주석註釋과 평창評唱을 덧붙였다. 이것은 마치 삿갓 위에 삿갓을 쓴 격이 됐다.
(그리고) 나, 습옹習翁은 이 책을 찬양하는 글을 써달라는 무리한 요청을 받았는데, 이 또한 마른 대나무에서 즙을 짜려는 것처럼 이 보잘 것 없는 책에 덧붙이려는 것과 같다.
(부디) 나, 습옹이 내던져버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 무문관을) 내던져버려라. (무심히) 부스러기 하나라도 세상에 유포流布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천리를 달리는 명마名馬 오추烏騅라 하더라도 이를 쫓아가 다시 거두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1228년 7월 그믐날 습암진훈習菴陣塤 쓰다.
제창提唱:
진훈은 무문혜개 선사의 <무문관>이란 저작에 대한 서문, 즉 오늘날의 추천사를 부탁받고 제목의 자구字句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유문有門’이니 ‘무문無門’이니 하는 二元的 分別心에 걸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쾌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더 나아가 언어문자言語文字로는 깨침에 이를 수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혜개 선사가 군더더기, 즉 평창評唱과 송頌을 덧붙여 제창提唱한 이 <무문관無門關>에도 집착하지 말고 과감히 내던져버릴 것을 매우 극단적인 언구를 사용하여 나투고 있다.
참고로 진훈陳塤(1197-1241)에 대한 기록은 송사宋史 제423권에 있다. 자字는 중화仲和이고 아호雅號는 습암習菴으로, 어렸을 때부터 영특했으며 젊어서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진사進士가 되었으며 경정직행徑情直行의 군자君子라는 것 외에 그의 생애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서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는 선禪에 조예가 매우 깊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구字句 풀이
1) 서문序文: 머리말. 논문이나 책 따위의 첫머리에 그 내용의 대강이나 또는 그에 관계되는 사항을 간단히 적은 글.
2) 설도說道∼: ∼라고 설하다.
3) 진대지인盡大地人: 모든 세상 사람들.
4) 득입得入: 증득오입證得悟入의 준말.
5) 아사阿師: 우리의 스승.
6) 분제일分第一: 여기서 ‘分’은 판정, 선택의 뜻으로 쓰였으며, ‘第一’은 <무문관>의 맨 앞에 나오는 ‘禪宗無門關’을 가리킴.
7) 기개주각幾個注脚: <무문관> 48칙의 공안에 붙인 혜개 선사의 평창評唱과 송頌을 가리킴.
8) 대사大似∼: 마치 ∼과 같다.
9) 습옹習翁: 습암진훈을 일컬음.
10) 찬양讚揚: 상찬칭양賞讚稱揚의 준말.
11) 저這: ‘이’를 가리키는 지시대명사.
12) 사효본些哮本: 하찮은 책. 여기서 효본은 당, 송 시대의 속어로 유치한 책이라는 뜻.
13) 일적一滴: 무문관에 담긴 내용의 극히 일부분을 뜻함.
14) 강호江湖: 강서江西와 호남湖南의 준말로 천하天下를 뜻함. <강호풍월집江湖風月集>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江湖江西湖南也 昔日 馬祖在江西 石頭在湖南 禪風之盛始于二師.
15) 오추烏騅: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명마.
16) 칠월회七月晦: 칠월 그믐날.
17) 사寫: ‘지識’ 또는 ‘기記’와 같은 뜻으로 쓰임.
무문자서無門自序
禪宗無門關 佛語心爲宗 無門爲法門 旣是無門 且作麽生透 豈不見道 從門入者 不是家珍 從緣得者 始終成壞 恁麽說話 大似無風起浪 好肉剜瘡 何況滯言句 覓解會才卓棒打月 隔靴爬痒 有甚交涉 慧開 紹定 戊子夏首衆于東嘉龍翔 因 衲子請益 遂 將古人公案 作敲門瓦子 隨機引導學者 竟爾抄錄 不覺成集 初不以前後敍列 共成四十八則 通曰無門關 若是箇漢 不顧危亡 單刀直入 八臂那吒 攔他不住 縱使西天四七東土二三 只得望風乞命 設或躊躇 也似隔窓看馬騎 眨得眼來 早已蹉過.
頌曰 大道無門 天差有路 透得此關 乾坤獨步.
번역: 선종무문관禪宗無門關(이란 무엇인가?) (선가禪家에서는) 불심佛心으로 근본을 삼고 무문無門으로 법문法門을 삼는다. 그런데 이미 문이 없는데 무문을 어떻게 투과할 수 있겠는가? 여러분은 ‘문을 통해 들어온 것은 가보家寶가 될 수 없으며 인연 따라 얻어진 것은 언제 변화되고 소멸될지 알 수 없다.’라는 말도 듣지 못했는가! (그러나) 이들 일화逸話는 바람 없는 바다에서 파도를 일으키고 건강한 피부를 일부러 상처를 내서 흉터를 만드는 것과 같으며 더 나아가 일화나 문자나 언구言句에 집착해 해석하려고 하는 등의 행위는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이것은 마치 작대기를 가지고 달을 쳐서 따려는 것이나 발이 가려운데 구두 위를 긁는 것과 같은 것이니 선의 참뜻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소정원년(紹定元年: 1228년) 여름, 나, 혜개(慧開)는 동가(東嘉)에 있는 용상사(龍翔寺)에서 운수(雲水)들의 제일 윗자리에 앉았다. 이때 납자(衲子)들이 가르침을 청하자 드디어 그 청을 받아들여 옛어른[古人]들의 공안(公案)을 (무문관을 열리게 하기 위한) 문을 두드리는 기왓장으로 삼아 운수들의 역량(力量)과 성품(性品)에 따라 지도하였다. (그러면서) 이들 공안들과 평창(評唱)을 적어 놓아둔 것이 어느 새 상당히 모아져 48칙이나 되었는데, 처음부터 순서대로 가르치며 나열했던 것은 아니며 이를 통칭하여 ‘무문관(無門關)’이라 부르기로 하겠다.
만일 용기있는 자라면 위험을 돌보지 않고 똑바로 (무문관을 향해) 돌진해 갈 것이다. 이러할 때 팔비(八臂)의 귀왕나타(鬼王那陀)라 할지라도 그가 가려고 하는 길을 막을 수 없으며 심지어는 인도의 스물여덟 분 조사(祖師)들이나 중국의 여섯 분 조사들도 이와같은 용맹스런 수행자 앞에서는 다만 외경(畏敬)스런 마음으로 그저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은 용맹스런 수행을 주저한다면 창밖을 질주해가는 말을 쳐다보는 것과 같아서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 (소중한 인생을) 그르치고 말 것이다.
송頌해 가로되,
대도는 무문으로
그곳에는 셀 수 없는 많은 길이 있나니
(만일) 이 관문을 투득한다면
우주를 홀로 활보하리라.
제창提唱:
요즈음 인간의 수명이 대개 70세에서 80세로 늘어나 오래 살게 되었다고는 하나 우주의 나이인 150억 년에 비하면 하루살이의 수명이나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짧은 삶이다. 무문 선사는 이를 꿰뚫어 보고 수행자들이 정신 못차리고 허송세월 한다면 이 짧은 삶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지나가고 만다는 가르침을 자서(自序)에서 단적으로 밝힌 것이다. 참고로 만공 선사께서는 수행자들에게 ‘째깍째깍 하는 시계 소리는 바로 네놈들 잡으러 오는 염라사자의 발자국 소리니라!’ 하시며 수행을 독려하셨다.
자! 여러분 각자의 지금까지의 인생은 (어떤 이는 불행했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잘 돌이켜 보면 나름대로 다 깊은 뜻이 있으며 중요한 것은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각자의 지금까지의 체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값지게 살아가는 것이다. 보기를 들면 한 주정뱅이 아버지 밑에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 아들은 아버지를 잘못 만나 자신 역시 술주정뱅이가 되었다며 인생을 한탄하며 허송세월 했으나, 둘째 아들은 나는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결심 아래 삶을 진지하게 산 결과 이 세상에서 아버지와 같은 술주정뱅이를 한 사람이라도 더 치료해 그 자식들이 불행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알코올 중독자를 고치는 의사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남은 인생을 값지고 보람되게 살아갈 것인가? 우리가 지하철을 이용해 약속 장소 근처에 있는 처음 가보는 역에 내렸을 때 헤매지 않고 약속 장소까지 정확히 제 시간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하고 약속 장소와 제일 가까운 출구를 통해 나아가듯이, 무문 선사는 무문관의 도처에서 수행자의 현위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따라서 만일 여러분들이 무문관과 더불어 석가나 역대 조사를 위시한 모든 선지식들의 치열했던 구도적인 삶을 조명해 보고 이 분들의 삶과 비교해 각자 인생의 현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 각자가 세운 뜻 있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단도직입(單刀直入)한다면 언젠가는 불조뿐만 아니라 귀왕나타까지도 찬탄하는 때가 반드시 도래(到來)하리라!
참고로 <무문관(無門關)>을 편찬한 무문無門 선사禪師는 남송 시대인 1183년 항주杭州 전당錢塘에서 태어나 1260년 4월 7일 78세를 일기로 입적入寂하였다. 주위 여러 나라의 압력을 받아 남송조南宋朝가 망해 가고 있던 시기에 생존했던 선사이다. 무문 선사는 처음에 천룡굉(天龍月宏) 선사 밑으로 출가하였으나 뒤에 월림사관月林師觀 선사 밑으로 옮겨갔다. 그는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라는 공안을 가지고 월림 선사 밑에서 6년간 열심히 수행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큰 북소리를 듣고 갑자기 깨달음에 도달 하였으며, 이때 다음과 같은 오도송悟道頌을 지었다.
청천백일靑天白日에 천지를 진동하는 천둥소리
지상위의 모든 것이 눈을 활짝 뜨고,
태양아래 모든 만물이 일시에 머리를 숙이니
수미산須弥山이 뛰어올라 삼대三臺 춤을 추는구나.
다음날 무문은 월림 선사에게 자신의 깨달음의 경지를 제시하고 스승은 그가 깨달았다는 것을 인가印可하여 그의 법法을 물려주었다. 그 뒤 동가의 용상사에서 제창한 48칙의 공안집 <무문관>을 간행한 것은 선사의 나이 46세 때였다. 무문 선사는 그의 나이 64세 때에는 황제의 명에 의해 호국인왕사護國仁王寺를 지었다. 만년晩年에 그는 호반湖畔에서 유유자적한 날을 보내려고 했으나 구도자求道者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문 선사의 풍모風貌를 묘사한 시詩가 있다.
스승은 마르고 존엄하며
그의 말은 간결簡潔하나 심원深遠하네.
또한 길고 검은 머리카락과 수염을 기르고
조각조각 이어붙인 누더기를 걸치고 계시네.
그는 ‘개도자開道者’라고도 불리어졌다. 무문 선사는 자신이 제창한 이 공안집에 스스로 서문을 썼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당시 선사들이 일반적으로 쓰고 있던 간결하며 감탄체로 이어나갔으며, 해설적이거나 설교적인 태도는 결코 취하지 않았다. 맨처음 나오는 첫 귀절인 ‘선종무문관禪宗無門關’은 제목인지, 아니면 ‘선에는 문이 없다.’라는 문장인지 옛날부터 문제시 되어온 귀절이나 여기서는 전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경향에 따라 이 책의 제목으로 하겠다. 자서自序의 맨 앞부분에서 무문 선사는 우선 선의 근본적인 성격과 그것에 대한 그의 언어표현에 있어서의 태도를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불심佛心을 근본으로 삼고 무문無門을 법문法門으로 삼는다’라는 처음 두 귀절은 본래 능가경楞伽經에 있는 말로 마조馬祖 선사가 이를 인용해 제자들에게 제창해 쓴 말이다. 무문 선사는 이 두 귀절을 인용해 간단명료하게 선에 대한 정의定義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 귀절에 ‘무문’이라는 말이 들어있어, 이 책의 이름과도 상통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 생각된다.
자구字句 풀이:
1) 자서自序: 자기가 짓거나 또는 엮은 책에 필자筆者 자신이 쓰는 서문序文.
2) 불어심佛語心: 불심佛心을 뜻하며 ‘어語’는 별다른 뜻 없이 자구字句를 맞추기 위해 넣었음.
3) 가진家珍: 집안의 보물. 가보家寶.
4) 임마恁麽: 이와 같은.
5) 설화說話: 이야기.
6) 호육好肉: 건강한 피부.
7) 하황何況∼: 어찌 ∼하려 하는가?.
8) 멱覓: 구하다.
9) 회會: 헤아리다.
10) 우于∼: ∼에(장소가 뒤에 따라옴).
11) 인因: 어느 때.
12) 납자衲子: 수행자.
13) 청익請益: 가르침을 청하다.
14) 수遂: 드디어.
15) 장將∼: ∼을 사용하여.
16) 고인古人: 옛 사람.
17) 공안公案: ‘공부公府의 안독案牘’의 준말로 처음에는 공문서公文書를 뜻했으나 지금은 수행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과해야하는 과제. 화두話頭라고도 함. 그런데 공안은 문을 두드려 열게 하는 수단일 뿐 문 안까지 들고 들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
18) 와자瓦子: 기와장.
19) 수기隨機: 수행자의 근기에 따라.
20) 학자學者: 수행자.
21) 개한箇漢: 용기있는 자.
22) 위망危亡: 위험.
23) 단도직입單刀直入: 홀로 적진으로 돌진함을 뜻함.
24 )종사縱使: 설사, 가령.
25) 서천사칠西天四七: 인도의 스물여덟 분의 조사들.
26) 동토이삼東土二三: 중국의 여섯 분의 조사들.
27) 지득只得: 다만.
28) 야사也似∼: 마치 ∼인 것처럼.
29) 잡득안래眨得眼來: 눈 깜짝할 사이에.
30) 조이早已: 이미, 벌써.
31) 송頌: 선어록禪語錄의 본칙本則에 숨겨진 의의를 드러내어 선지禪旨를 알리는 간결한 운문韻文.
32) 건곤乾坤: 하늘과 땅. 온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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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도성찰나눔실천회 법경(法境) 박영재 법사
■법경(法境) 박영재 법사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 종달(宗達) 이희익(李喜益) 노사 문하로 입문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