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의 월요이야기 제97호(2025.5.19.)]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고3 교실을 가 보라
“올해 새로 입학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을 뻔 했습니다.
다행히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입학하는 학생이 생겨 명맥을 이어가게 됐지
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세종시에서 여섯 번째로 개교 100년을 맞는 연동초등학교의 사정입니다.
지난 17일 조용하던 학교에 모처럼 생기가 돋았습니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연동초 동문들과 지역주민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등 1,000여 명이 한자
리에 모였기 때문입니다.
한때 1,500여 명이 다니던 연동초등학교가 어쩌다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가 되었을까
요. 다른 곳도 아닌 미래의 행정수도, 세종에서 말입니다.
세종시는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도농 복합도시입니다.
도시는 새로 들어선 아파트로 인구가 늘어나며 발전하고 있지만, 시내에서 자동차로 불과 십
여 분 거리의 농촌 지역은 고사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 입학생 없는 초등학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올해 입학생이 없어서 입학식을 치
르지 못한 학교가 전국적으로 184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도 ‘신입생 0명’인 학교가
157곳이었는데 이제 27곳이 더 늘어난 것입니다.
충청권 전체로 보면 충남 16곳, 충북 7곳, 대전 1곳 등 24개 학교가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서
입학식 자체를 치를 수 없었습니다.
세종에서도 연동초에서 다행히 3명의 학생이 입학을 하게 되어 서울, 광주와 더불어 신입생
없는 학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읍·면 지역의 초등학교 19곳 가운데 8곳의 올해 신입생은 1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고3 교실을 가보라”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 고3이 되는 2036년 고3 교실의 모습은 어떨까요?
지난 1925년 5월 18일 개교해 올해로 98회에 걸쳐 8,46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연동초등학교
는 현재는 1학년 3명을 비롯 2학년 2명, 3학년 4명, 4학년 4명, 5학년 8명, 6학년 10명 등 모
두 33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초미니 학교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졸업생이 12명이었지만 5년 후에는 2명에 불과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참으로 심각한 지방 소멸의 생생한 현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종시에는 개교한 지 100년이 넘어 학교가 지역의 역사인 곳이 적지 않습니다.
1908년에 개교한 연남초를 비롯해 1912년 전의초, 1915년에 조치원 대동초, 1917년에 부강
초, 1920년에 금남초, 그리고 올해 개교 100년이 되는 연동초가 그렇습니다.
100년의 세월은 개인에게는 한평생이 될 수 있고 한 지역으로서는 한 세기의 살아있는 역사
이기도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들은 지역 근대 교육의 시발점으로 지역의 흥망성쇠와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현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100년의 역사 속에 이들 학교 졸업생들은 나라 발전의 초석이 되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었
고, 지역 공동체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100년보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100년이 되라고 기원했지만, 현 상황에서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연동초의 오늘이 내일의 우리들 모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국가균형발전은 우리나라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세종시는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건설되는 신행정수도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등 주요시설을 조속히 이전하여 인구를 분산시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방소
멸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가와 교통, 주택문제 등이 산적해 있는 수도권에 여전히 인구가 몰리는 것은 좋은 일자리와
좋은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세종시를 새로운 발전축으로, 전국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와 좋은 학
교의 분포도 균형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저의 ‘서울대 등 명문대를 세종시 등 중부권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대덕 연구단지, 카이스트, 16개 국책연구기관, 과학 비즈니스벨트, 오송바이오 연구단지 등과
함께 서울대 이공대 등 고급인력이 배출되는 "메가 싱크탱크"를 조성하여 수도권의 인재를 지
방으로 분산시켜야 기업들도 지방으로 분산된다는 구상입니다.
인재양성의 축을 지방으로 분산시키지 않고는 균형발전은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산율 0.72명으로 인구절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0.55명으로 출산율이 가장 낮
은 서울과 인근지역으로 여전히 인구가 더 집중된다면 ‘우리나라 고3 교실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연동초등학교 100주년 행사를 보면서 더욱 다급한 생각이 듭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