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20%가 한국인…잘 알려지지 않아"
BBC, 원폭 투하 80년 맞아 한국인 피해 생존자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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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원폭돔'과 지면에 남은 잔해 (히로시마=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을 때 파괴된 '원폭돔'에 당시 잔해가 남아 있다. 이 건물은 1915년 지어져 히로시마현 산업장려관으로 활용됐다. 원폭 투하 지점과는 160m 떨어져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올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80년이 되는 해다. 사진은 지난 8일 모습. 2025.7.13 psh59@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80주년을 맞아 영국 BBC방송이 그동안 그늘에 가려졌던 '한국인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명했다.
BBC는 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폭탄으로 인한 참상은 지난 80년 동안 제대로 기록됐다. 그러나 직접 피해자의 20%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실전 투하하던 1945년 8월 6일 당시 히로시마의 인구 42만명 중 한국인은 14만 명에 달했다. 일제에 강제 징용 노동자로 끌려갔거나 '하루 세 끼를 다 먹고,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꾐에 넘어가 이주를 결심한 경우 등이었다고 한다.
한국 원폭피해자협회에 따르면 이 중 7만 명이 원폭의 피해를 입었다.
BBC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가 다수 거주해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을 찾아 지금까지 끝나지 않은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도 전했다.
리틀보이 투하 당시 히로시마에 있었다는 88세 이정순 할머니는 BBC에 "아버지는 출근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돌아서더니 즉시 피신하라고 했다"며 "거리에 시신이 가득했다. 나는 너무 충격 받아 그저 계속 울었던 기억만 난다"고 했다.
당시 겪은 충격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고통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이씨는 피부암, 파킨슨병, 협심증 등을 앓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원폭 피해가 본인의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원폭 피해의 고통이 대물림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씨의 아들은 신부전을 진단받고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또다른 2세대 생존자인 한정순씨는 대퇴골 괴사로 걸음이 불편한 상황이다. 한씨의 아들도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원폭 투하 직후 히로시마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식민지 출신의 외지인인 한국인들이 위험한 작업에 대거 투입된 탓에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BBC에 따르면 한국 원폭 피해자협회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치명률이 57.1%로 전체 피해자 치명률(33.7%)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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