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의 부흥, 공존과 화합의 길에서
성욱스님(세종 구룡사 주지)
대전 0시 축제가 원도심을 예술과 공연의 장으로 바꾸고 있다. 축제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민이 함께 호흡하며 삶의 자리를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적 의식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불교는 ‘모든 존재는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諸法因緣生)’고 가르친다. 이번 축제에서 드러난 현상은 바로 그 인연법(因緣法)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무대에 오른 예술가와 관람객이 따로 있지 않고, 전시와 공연이 서로를 빛내며, 도심이라는 공간과 시민의 삶이 한 호흡으로 연결된다. 이는 불교가 말하는 공존(共存)과 화합(和合)의 실천적 모습이다.
문화의 힘은 나눔과 공유에 있다. 화려한 공연보다 의미 있는 것은 함께 모여 감상하고, 웃으며, 감동을 나누는 순간이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자양분이다. 불교의 보살행(菩薩行)이 개인의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이웃을 이롭게 하는 실천으로 나아가듯, 축제 역시 한 지역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나눔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또한 이번 축제가 보여주는 흐름은 불교가 강조하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떠올리게 한다. 비어 있던 상가가 전시장이 되고, 어둡던 지하 통로가 음악의 울림터가 되는 변화는 무상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길과 닮아 있다. 무상은 허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일궈내는 힘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적 부흥은 원도심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 지역의 재생은 건물과 도로의 정비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곳에 깃드는 삶과 문화, 그리고 시민의 자존이 함께 살아날 때 진정한 부흥이 이루어진다. 불교가 강조하는 ‘중도(中道)’의 정신은 바로 이 균형과 지속의 길에 있다.
이번 축제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일상 속에서도 문화와 예술은 살아 있는가?” 그 물음에 답하는 길은 크고 거창하지 않다. 작은 무대, 작은 전시, 작은 모임이 모여 큰 울림을 만드는 것처럼, 일상의 순간을 예술로 채워가는 작은 실천이 곧 문화 부흥의 근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