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포고령 위반 혐의' 마산서 학살 피해자, 75년 만에 무죄
1950년 징역 1년 6개월 선고 뒤 미 헌병대에 학살당한 고 심상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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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마산지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미군정포고령을 위반한 혐의로 수감된 뒤 학살당한 피해자가 75년 만에 1심에서 억울함을 풀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한지형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국가보안법(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포고 제2호)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故) 심상직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미군정포고령 제2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학살된 민간인 형사 사건에서 재심 선고가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는 옛 창원군 상남면에 살던 1949년 3월 미군정포고령 제2호를 위반했다며 진해경찰서에 구속됐다.
이후 1950년 4월 국가보안법, 미군정포고령 제2호 위반 혐의로 부산지법 마산지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7∼8월께 마산지역 미육군 헌병대에 이관된 그는 31세 나이로 학살당했다.
한 부장판사는 "포고 제2호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위헌 무효인 법령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형사소송법 325조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상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1945년 9월 공포된 미군정포고령 제2호는 한국 형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적용되던 규정이다.
당시 미국인과 기타 연합국 인명, 소유물, 보안을 해하거나 공중치안 질서를 교란한 자, 정당한 행정을 방해한 자 등은 점령군 군율 회의에서 유죄로 결정하고 사형하거나 형벌로 처한다고 공포됐다.
2021년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미군정포고령 제2호 적용 범위가 넓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2023년 12월 심씨 사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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