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산하' 중수청…권한집중·노하우 상실 등 우려 여전(종합)
'사법작용' 수사, 행안부 산하 이관…'민주적 통제 부족' 지적도
조직 신설로 비대해진 행안부…해외사례도 법무부 산하가 일반적
행안부 "중수청,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유예기간 세부사항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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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당정협의회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신설 등 확정 계획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인 가운데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되 시행 시기는 내년 9월로 1년간 유예키로 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및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여부 등은 정부조직법 처리 이후 세부 과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2025.9.7 nowweg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재현 차민지 이미령 이밝음 기자 = 정부와 여당이 검찰청 폐지를 뼈대로 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 설치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수사·기소 분리와 권력 분산이라는 개혁 취지에도 불구하고, 중수청의 법적 역할과 소속 부처 문제를 둘러싼 권한 집중·통제 부재 등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7일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은 법무부에,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각각 설치된다.
현재 검찰청은 수사 기능이 사라진 채 공소청으로 바뀌고 새로 신설되는 중수청이 수사 기능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형사사법 체계에 따른 것으로, 본질적으로 '사법 작용'의 성격을 가지는 만큼, 중수청을 해당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산하에 두는 것이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정부조직법상 국무회의 서무, 지방자치제도, 선거 지원, 안전·재난 정책, 민방위·방재 등을 관장한다.
반면 법무부는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등을 담당하며, 형사절차의 핵심인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에 관한 검찰 사무를 관장하게 돼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를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행안부 산하 조직이 전담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 권력이 '사법의 영역'까지 깊이 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현행법과의 충돌뿐만 아니라 권력 분립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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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당정협의회 기념촬영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김 총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성환 환경부 장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2025.9.7 uwg806@yna.co.kr
중수청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행 법률 체계상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의 중요정책 수립이나 인사 임명 제청권 외에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여당 안 역시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의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도록 한 현행 체계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때문에 이번 안대로 실제 입법이 이뤄지면, 중수청은 사실상 선출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독립된 권한을 행사하는 또 다른 '권력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행안부의 비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행안부는 이미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인사·재정 전반을 관리하고, 각종 재난안전 업무와 국가위기 대응까지 총괄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균형발전이 국정 핵심 의제로 올라선 데다 가뭄·호우·폭염 등 복합재난이 일상화되면서 행안부의 정책적 무게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더해 중수청까지 행안부 산하로 편입되는 경우 행안부 조직의 권력과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과 중수청의 권한과 기능이 중복돼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행안부는 경찰 조직도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된만큼 중수청도 마찬가지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를 법률안 공포일로부터 '1년 후'로 유예한 만큼 남은 기간 세부사항을 다듬겠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찰청을 두고 있어도 행안부가 관여하는 바가 없다"며 "중수청이 생기더라도 행안부와 업무상으로 독립해 운영될 예정인만큼, 행안부가 비대해지는 차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수본과의 기능 중복도 우려하는데, 유예기간 수사대상이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세부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중복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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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 기소 주체 분리 검토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검찰 조직의 수사 노하우와 인프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당은 노하우 전수를 위해 중수청 출범 후 일정 기간 검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랜 시간 누적된 무형의 자산을 이런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 소속이던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이 소속 부처를 바꾸는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중수청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새로 생긴 타 부처에 검사나 공무원들을 등 떠밀듯 보낸다면 책임감 있는 업무 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아예 적을 옮겨 행안부로 가겠다는 직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수사 업무를 맡는 사법경찰관은 법무부 또는 관련 부처에 소속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사법경찰인 연방수사국(FBI)과 마약단속국(DEA)은 모두 법무부 소속으로, 법무부 장관이 직접 지휘·감독한다.
영국의 중대비리수사청(SFO)은 법무부 소속은 아니지만, 별도 장관급 기관인 법무총감(Attorney General)의 외청으로 수사와 소추까지 담당한다.
독일의 연방범죄수사청(BKA)은 내무부 소속이지만, '검사의 지휘'를 전제로 국제 범죄를 수사하는 한정적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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