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안동 봉정사·화성 용주사 누각, 보물 된다
국가유산청 지정 예고…17∼18세기 건립·중창한 사찰 건물

서산 보원사지·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62년만에 국보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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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송광사 침계루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후기에 건립돼 사찰의 역사를 오롯이 품은 누각 건물이 보물 목록에 오른다.

국가유산청은 '순천 송광사 침계루', '안동 봉정사 만세루', '화성 용주사 천보루'를 각각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조선시대 사찰 누각은 불당 앞에 위치하며 예불, 설법 등이 열리는 공간으로 쓰였다.

가람(伽藍·승려가 살면서 불도를 닦는 곳) 배치를 보면 보통 일주문, 사천왕문(금강문), 누각, 주불전으로 이어진다.

건축유산으로서 가치가 큰 것으로 여겨지나 현존하는 사찰 누각 가운데 보물은 '완주 화암사 우화루', '영주 부석사 안양루', '고창 선운사 만세루', '고성 옥천사 자방루' 등 4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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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 만세루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국가유산청은 2023년부터 전국의 사찰 누각 38건을 조사해 17∼18세기에 걸쳐 건립됐거나 중창한 조선 후기 사찰 건물 3건을 보물로 지정하기로 했다.

순천 송광사의 침계루는 1668년 중건한 누각이다.

'조계산송광사사고'(曹溪山松廣寺史庫) 등 관련 기록이 남아 있으며 건물의 주요 나무 부재를 조사한 결과 1687년에 벌채한 목재로 파악됐다.

정면 7칸, 측면 3칸의 대형 누각인 침계루는 다른 사찰 누각과 달리 승려들이 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국가유산청은 "누각의 기둥 배치 방식, 기법 등을 고려할 때 전라도와 경상도 간 건축 기법의 교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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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용주사 천보루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 봉정사의 만세루는 1680년 지어졌으며 '덕휘루'(德輝樓)라 불리기도 했다.

1818년 중수한 이후 심한 훼손이나 변형 없이 현재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관련 기록과 부재를 통해 건물의 변천사와 사찰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다.

기둥과 보의 조합을 다양하게 했고, 내부 장식을 절제한 점이 특징이다.

화성 용주사 천보루는 조선 왕실의 원찰(願刹) 안에 지은 누각이다.

원찰은 왕실에서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고 왕릉을 모시기 위해 짓는 사찰로, 용주사는 정조(재위 1776∼1800)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지은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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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로 지정된 두 석탑 왼쪽부터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천보루는 용주사를 건립하며 1790년 건립한 것으로 파악된다. 궁궐 건축에서 주로 보이는 유교적 건축 요소와 원찰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을 각각 국보로 지정했다.

두 석탑 모두 1963년 보물로 지정됐으며, 약 62년 만의 국보 승격이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통일신라의 조각 양식과 수법을 계승하면서도 고려 석탑의 특징이 잘 남아있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190자의 글이 탑에 새겨져 있어 구체적인 건립 시기와 과정, 당시 사회상 등을 알 수 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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