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4명→26명…윤곽 나온 민주 사법개혁안…옥상옥 우려도
6소부 2연합부…단일 전원합의체에 독일·프랑스식 대재판부·연합부 결합
법조계선 판결 불합치 등으로 혼란 우려…전합·연합부 역할 모호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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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증원 개혁안 발표…대법원 앞에 놓인 화환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화환이 놓여 있다. 2025.10.20 ksm7976@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20일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어떤 식으로 귀결돼 대법원 운영 방안이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사실상 대법관 전원이 참여할 전원합의체(전합) 외에도 연합부 2개를 구성해 지금 전합과 같은 규모로 운영한다는 계획인데, 정교한 설계 없이는 연합부간 불합치로 인한 혼란이나 '옥상옥'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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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안 발표 의미 말하는 정청래 대표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에 참석해 사법 개혁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0.20 hkmpooh@yna.co.kr
민주당 안에 따르면 대법관 수는 기존 14명(대법원장 포함)에서 26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법안 공포 1년 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12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는 기존 3개에서 6개로 증가한다.
전원합의체는 현재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으로 구성되는데, 대법관 26명이 모두 채워지면 '연합부'를 2개 둬서 지금의 전합 규모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특히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에 한정해 사실상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진정한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겠다고 한다.
백혜련 사개특위 위원장은 "사실상 모든 대법관이 함께 논의하고 판단하는 구조로 판결의 일관성과 책임성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두 개의 전합을 만들어 상고 사건의 신속성을 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각 연합부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1연합부와 2연합부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대법원장은 양 연합부에 모두 포함되는 건지 등 구체적 내용은 오늘 발표에 담지 않았다.
발표 내용만 보면 지금과 같은 단일 전원합의체(One Bench·원 벤치) 시스템에 대재판부나 연합부를 둔 독일이나 프랑스 방식을 결합한 형식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사법권이 일반법원과 행정법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최고 법원을 사법과 공법으로 나눠 운영하는데, 통상 우리 사법개혁 논의에서는 사법 영역 소송을 관할하는 일반법원의 최정점에 있는 파기원을 참고한다. 공법 영역 행정소송의 최고법원으로는 국사원이 있다. 최고 행정법원인 국사원은 일반법원과 차이가 있다.
파기원은 6개 재판부(민사 3개, 상사·사회·형사 각 1개)로 구성된다. 판사 수는 200명 이상으로, 각 재판부 안에 3∼5명으로 구성된 소부가 여러 개 있다.
우리 전합이 하는 법령 해석 역할은 최소 13명으로 구성된 연합부에서 담당한다. 연합부는 파기원장과 관련 재판부의 부장 파기원 판사, 선임 파기원 판사, 그 외 판사 2명씩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파기원 판사가 6명 추가된 충원합의부도 있다.
독일의 민·형사 최고법원인 연방일반법원의 법관은 19개(민사 13개·형사 6개) 재판부로 구성되고 1명의 재판장이 각 재판부를 이끈다. 각 재판부에는 7∼9명의 판사가 배치되며 재판부 안에 3개의 합의체(소부)가 존재한다.
법령 해석 통일을 위한 재판부는 대재판부제로 운영된다. 민사사건은 법원장과 각 민사재판부 판사 1명씩, 형사사건은 법원장과 각 형사재판부 판사 2명씩 대재판부를 꾸린다.
다만, 이런 연합부나 대재판부는 극히 이례적으로 운용된다. 프랑스 파기원 연합부의 심리 건수는 매년 5건 미만이고, 독일 연방일반법원의 경우 2021년 기준 과거 10년간 민사 대재판부는 1건, 형사 대재판부는 7건을 각각 처리했다. 법원장과 두 대재판부 모든 판사가 참여하는 통합 대재판부가 다룬 사건은 2016년 1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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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증원 개혁안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5.10.20 ksm7976@yna.co.kr
법조계에선 법 체계나 상고심 사건 수, 처리 방식 등 구조나 성격이 다른 각국의 사례를 숙고 없이 이식할 경우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신중한 설계 없이 2개 연합부를 도입하면 판결의 불합치 등으로 인한 혼란 우려를 제기한다. 전합과 연합부 간 역할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연합부라는 게 사실상 2개 전합으로 운영한다는 건데 당장 연합부 사이 판결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연합부 2개에 소부가 무작위 배당이 되는 건지, 예를 들어 소부 3개는 1연합부, 3개는 2연합부로 하는 건지 아무것도 설명이 없다"며 "숫자가 많아지면 하다못해 (1·2연합부를) 민사·형사라도 나눠야 하는데 전문화 없이 숫자만 늘린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합부와 전합 간)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옥상옥이 된다"며 "자칫 소부에서 연합부로, 연합부에서 안 되겠으면 전합으로 가는 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다 근본적으로 전체 법관 수를 늘리지 않은 채 대법관 증원만 하면 그만큼 법관 수가 줄게 되는 하급심 적체는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대법관 증원을 통한 상고심 적체 해소가 중요한 만큼 대법원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차차 논의해나가면 될 문제란 주장도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상고심의 충분한 심리, 재판청구권의 실질화를 위해서는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며 "그 방향이 중요한 것이지 구체적 운영을 당장 어떻게 할 것이냐는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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