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불 기자·칼럼리스트


10월 중순 뉴욕증시는 오랜만에 안도감을 내비쳤다. 그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었다. 하나는 기업 실적의 ‘예상 밖 선전’, 다른 하나는 미·중 무역 갈등의 ‘긴장 완화’ 조짐이다. 시장이 그동안 짓눌려 있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 금융주 실적, 시장에 자신감을 심다

금요일(현지시간) Truist Financial과 Fifth Third Bancorp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금융주 전반에 훈풍이 불었다. 특히 지방은행에서 서브프라임 크레딧 부문 추가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가장 큰 불안 요인이던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도 진정됐다. 전주 금요일 옵션 만기일 역시 무리 없이 소화되며 시장의 변동성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XP)는 이날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3분기 신용카드 지출이 8% 증가했고, 특히 리테일과 레스토랑 소비가 활발했다고 밝히며 소비 회복세를 확인시켰다. 상반기 주춤했던 여행 수요도 다시 살아나 항공권 구매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매출은 184.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 증가, 시장 추정치(180.5억 달러)를 가볍게 상회했다. 소비와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가 동시에 성장한 전형적인 ‘질 좋은 실적’이었다.

■ 트럼프의 한마디, 무역 갈등에 틈을 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현재의 중국 관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이달 말 시진핑 주석과 만날 계획을 밝혔다. 이는 미·중 무역 전선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동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윗 한 줄에도 요동쳤던 증시가 이번에는 오히려 ‘갈등 완화 신호’에 반응하며 상승 탄력을 얻었다.

주요 지수는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당시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다. 시장은 ‘희망’을 반영하고 있지만,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실제 협상 진전이라는 추가 재료가 필요한 상태다.

■ 10월 17일 뉴욕증시, 숫자로 본 회복 기류

다우지수 +0.52%

S&P500 +0.53%

나스닥 +0.52%

3대 지수가 나란히 상승하며 균형 잡힌 회복 흐름을 보여줬다.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가 3.10bp 상승한 4.007%를 기록하며 안전자산 선호가 다소 약화됐다. 이는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을 시사한다. 달러는 엔과 유로 모두에 강세를 보였고, 달러인덱스는 98.411로 소폭 상승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WTI 유가가 배럴당 57.54달러로 0.14% 상승, 안정적인 범위에서 움직였다.

■ 아직은 ‘조심스러운 낙관’의 단계

시장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기업 실적은 기대 이상이고, 금융권의 신용 우려는 진정되었으며, 무역 갈등도 다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나 아직 과도한 낙관은 이르다. 증시는 내부 체력이 회복되고 있으나, 외부 변수는 여전히 살아있다.

투자자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추가 확신’이다. 실적 시즌이 이어지고, 미·중 정상 회담이 현실화된다면 그 확신은 힘을 얻을 수 있다.

시장은 벼랑 끝에서 한 걸음 물러났지만, 완전히 평지로 올라서기 위한 마지막 계단은 아직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