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사후 계엄선포문 '논란될 수 있어…폐기하자' 해"(종합)
前부속실장, 韓재판서 증언…"문서 임의대로 만들어 크게 의미 부여안해"

前수행실장 "계엄일 경찰 수뇌부 만난 尹, 박성재 '빨리오라 해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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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마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서울=연합뉴스) 내란 특검 소환 조사를 받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30일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강 전 실장은 계엄 전 몇몇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연락하고, 행정안전부에 전달할 국무회의 관련 공문에 안건명 등을 쓴 인물이다. 2025.6.30 nowwego@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한 뒤 "논란이 될 수 있으니 폐기하자"고 말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강 전 실장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 선포 관련 자료를 가졌는지 물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6일 오전 한 전 총리로부터 비상계엄 선포문을 받은 뒤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한 전 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서명을 요청해 받았다고 했다.

이튿날인 12월 7일에는 윤 전 대통령에게 서명을 요청했고, 윤 전 대통령이 "날짜가 지났는데 관계없나"라고 말하면서도 서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강 전 실장은 12월 8일 한 전 총리가 전화해 '나중에 작성된 게 알려지면 괜한 논란이 될 수도 있겠다'며 '폐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한 전 총리가 '문서가 없어도 국무회의의 실체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도 했다.

이후 12월 말∼1월 초 윤 전 대통령이 해당 문서가 어디 있는지 물었고, 강 전 실장은 한 전 총리 지시에 따라 폐기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이에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폐기했으면 할 수 없지'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가 '대통령이 서명한 문서를 국무총리 의견에 따라서 폐기했다는 말인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하자 강 전 실장은 "그 문서를 임의로 만들었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했다.

김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 일부를 특정해 부르라고 했다가 한 전 총리로부터 '(국무회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추가로 몇 명을 더 부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일 삼청동 안가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과 만난 뒤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온 윤 전 대통령은 오후 8시께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지목하면서 '빨리 들어오라고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한 전 총리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 네 명이 적힌 메모를 적어주며 대통령실로 오라고 했다는 게 김 전 실장 설명이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실에 도착해 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다려달라'고 말하자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 6명에게 추가로 전화를 돌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은 무언가를 신속하게 하려는 것 같았고 총리는 그걸 누그러뜨리면서 기다려달라고 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반대한다고 말하거나 다른 국무위원을 불러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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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재판 출석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20 yatoya@yna.co.kr

이날 재판부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선택적 병합해달라는 취지의 특검팀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특검팀은 공소장 변경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와 관련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택일적으로 추가했다"고 설명했고, 변호인 측은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지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선택적 병합은 통상 민사소송에서 쓰는 표현으로, 여러 개의 청구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택일적으로 인용하면 되는 것이다. 통상 형사소송에서는 주위적(주된) 공소사실로 기소하고 이것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한다. 민사의 경우 이것도 저것도 모두 고려에 넣으면 되지만 형사소송에서는 주된 사실을 검토하고 예비적 사실을 이후 검토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재판부 입장에선 이 사안에서 엄밀하게 구분 짓기보다 일단 다른 혐의도 추가해달라는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즉 기존 혐의명 외에 다른 혐의도 추가하면 택일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형법상 대부분의 범죄와 달리 내란죄의 경우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 부화수행으로 역할에 따라 구분해서 구성요건을 정해놓고 있다. 즉 이렇게 세분화한 구성요건에 맞춰 혐의 적용한 게 아니라 형법상 일반 개념인 방조범 개념을 가져와 내란 우두머리에 붙여 '내란 우두머리 방조'라고 법률 적용한 부분을 검토하면서, 아울러 원안적 형태인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도 검토하겠다는 재판부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면 절도의 경우 함께 하면 공동정범, 옆에서 동조하면 방조범이 되지만, 내란죄처럼 중대한 범죄의 경우 구성요건 자체를 세분해 정해놓은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는 조직폭력배를 처벌할 때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적용한다.

이번 공소장 변경은 어떤 식으로든 법원이 일단 적용 혐의를 원안적인 혐의명과 함께 특검팀이 적용한 혐의까지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재판부는 이날 "11월 중 재판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지만 이를 염두에 두고 주장과 입증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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