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의 폐막…미중 갈등 속 "모두와 우호적 관계 추구"
中·아세안 FTA 확대개정안 체결…北미사일 발사에 우려 표명
트럼프, 태국-캄보디아 휴전협정 주재·아세안 각국과 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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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아세안, FTA '버전 3.0' 확대개정안 체결 (쿠알라룸푸르 EPA=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의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왼쪽)과 틍쿠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이 아세안-중국 자유무역협정(FTA) '버전 3.0' 확대 개정안에 서명한 모습.
(기사발신지=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한미일과 중국 등 주요국 정상이 집결한 정상외교 무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2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 정상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 무역 협정 등을 통해 경제·무역 협력을 확장하기 위해 애썼다.
이날 아세안과 중국은 리창 중국 총리와 올해 아세안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의 '버전 3.0' 확대 개정안에 서명했다.
지난 5월 협상이 마무리된 이번 확대 개정안은 디지털 경제, 친환경 경제, 공급망 상호 연결, 중소기업 지원, 소비자 보호 등의 영역을 새로 포괄하는 관련 규정과 통관 절차 등의 개정·신설 내용을 담고 있다.
버전 3.0으로 신에너지차 등 친환경 상품 무역이 촉진되고 중소기업의 상대방 시장 진입이 개선되며, 비관세 관련 절차가 간소화되고 각종 규제 장벽이 낮아지는 등 중국과 아세안 서로 시장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대규모의 친환경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새 시장을 모색하는 중국에 전략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관측했다.
중국-아세안 FTA는 2010년에 발효됐으며, 아세안은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방으로 떠올랐다.
양측 간 교역 규모는 2010년 2천355억 달러(약 338조원)에서 지난해 거의 1조 달러(약 1천440조원)로 급증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리 총리는 또 아세안-중국 정상회의를 갖고 긴밀한 협력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경제적 강압·괴롭힘 앞에서 연대 대신 대립을 추구하는 것은 아무런 이득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일방주의·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무역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외부 세력의 지역 내 간섭이 심화하고 있다"며 "여러 국가가 부당하게 높은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또 아세안 회원국들이 "지리·문화·정서가 (중국과) 가까운 좋은 이웃이자 좋은 형제"라면서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타격을 받은 아세안 상대로 구애에 나섰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도 "이번 협정 개정은 무역 장벽을 더욱 낮추고 공급망 연결성을 강화하며, 미래 성장 분야에서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중국-아세안 FTA 3.0'을 환영하면서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험한 행동과 괴롭힘'을 언급하며 "이런 협력은 강압과 함께 존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그럼에도 중국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상회의 폐막 행사에서 내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안와르 총리로부터 아세안 의사봉을 넘겨받은 마르코스 대통령은 내년 남중국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강령 마련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안와르 총리는 "(그저께)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 있었고, 오늘은 다시 중국과 함께한다"면서 아세안이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앞으로 아세안과 중국의 협상으로 만들어질 남중국해 행동강령을 통해 아세안과 파트너 국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면서 모든 당사국에 관련 국제법 준수를 촉구했다.
이 밖에 안와르 총리는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급증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와르 총리는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우크라이나, 미얀마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에 대한 개입을 촉구하는 한, 북한에 대한 개입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태국-캄보디아 휴전협정식 주재, 안와르 총리와 회담, 아세안-미국 정상회의 참석,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회담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정상회의 첫날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말레이시아와 무역협정·핵심 광물 협력 협정, 캄보디아와 무역 협정, 태국과 핵심 광물 협력 협정을 각각 체결하고 베트남과는 무역 협상의 큰 틀에서 합의하는 등 여러 성과를 내놓았다.
전날에는 아세안과 한중일·호주 등 정상들이 거대 다자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를 개최, RCEP를 통해 세계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완충해줄 방안을 모색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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