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다카이치, '새 미일 황금시대' 선언…안보·경제 밀착(종합2보)
첫 회담서 '공통분모' 아베 언급하며 신뢰 구축…"강력하고 위대한 동맹" 한뜻

日, 방위비 증액 설명하고 이해 구한 듯…한미일 협력·완전한 北비핵화 확인

'마린원' 동승해 美핵항모 함께 승선…'中염두' 희토류 공급 문서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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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오른 미일 정상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경수현 박상현 특파원 = 아시아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미일 동맹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양 정상은 이날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미일 동맹이 위대하고 강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안보, 경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대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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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미일 정상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미일정상, 아베 소재로 대화 이어가…日, 방위비·투자 압박 일단 피한 듯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약 40분간 진행된 회담 초반 둘 모두와 친분이 있는 '공통 분모'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미일 동맹에 대해 언급하며 신뢰 구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미국과 일본)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라며 "미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관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 될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일미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함께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오랜 우정에 감사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는 훌륭한 친구였다. 그가 당신에 대해 매우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화답했다.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 미국과 관세 합의 타결 시 약속한 5천500억 달러(약 790조원) 대미 투자와 관련해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일본의 방위력을 대폭 강화하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큰 규모의 신규 군사장비 주문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담 이후 일본 F-35 전투기에 사용할 미국산 미사일을 일본에 인도하도록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주체적인 방위비 증액, 방위력 강화 정책을 설명했으며, 일본 방위비 규모와 관련된 구체적 대화는 없었다고 회담 이후 일본 취재진에 밝혔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의 'GDP 대비 방위비 2%' 달성 시점을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에서 2025회계연도로 2년 앞당기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무역 합의에 대해 "매우 공정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대미 투자는 투자 기한, 절차, 이익 배분 방식 등이 미국 측에 상당히 유리해 일본 내에서 비판이 제기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정부는 이날 오후 미국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 기업 목록을 공개했다. 이들 기업이 참여를 검토하는 사업의 총규모는 4천억 달러(약 575조원)에 이른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쟁 중재 활동에 관해 "전에 없던 역사적 위업"이라며 "이 정도 짧은 기간에 세계는 한층 더 평화롭게 됐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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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美핵항모 함께 올라 '미일 동맹' 과시…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추진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부터 경제 협력 문서 서명,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승선 등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북한, 중국을 견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저녁 취재진과 만나 "회담에서 미일 동맹의 억지력, 대처력을 한층 강화하고 한미일 등 우방국과 협력을 한층 더 추진할 것도 확인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약속도 새롭게 확인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이후 미일 관세 합의 사항을 착실히 실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일 동맹의 새 황금시대를 위한 합의 이행' 공동 문서, 희토류와 중요 광물의 공급·확보에 관한 문서에 서명했다.

중국이 첨단산업 핵심 물질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예고한 상황에서 공조 수위를 높이고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하고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납치 문제를 잊지 못했다며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에 동승해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로 이동했고, 미국 원자력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모함 안에 마련된 연설대에 서서 수많은 병사를 향해 "전설적인 항공모함에 탔다"며 "이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고 역설했다.

이어 "미일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관계"라며 "태평양에서 평화와 안정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연단으로 부른 뒤 "이 여성은 승자다. 친한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 어깨에 손을 대기도 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환하게 웃으며 팔을 들어 올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지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상징인 조지워싱턴호에서 인사할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6년 전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함께 손을 잡고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며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더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해상자위대 호위함에 올랐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미 항공모함에 승선해 미일 동맹의 강고함을 각인시켰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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