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헌재 재판소원 공방…"소송지옥 빠져" vs "4심제 아냐"
국감서 뚜렷한 시각차…야당은 대법원에, 여당은 헌재에 질의 집중

법원행정처장, 與사법개혁안에 반대…"법왜곡죄, 분쟁 확대 재생산"

행정처 폐지엔 "과거 인원축소 때 재판지연…국민 불편 늘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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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5.10.30 pdj6635@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놓고 30일 국정감사장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의 의견이 맞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위원들은 이날 오전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헌법재판소 사무처에 재판소원 도입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삼는 제도다. 민주당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공론화에 나선 상황이다.

헌재는 '사법부도 기본권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며 재판소원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대법원은 '3심인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이므로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도 이해관계가 걸린 양 기관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손 처장은 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관련 질의에 "법원은 사실 확정과 법률 적용을 담당하는 사법기관이고 헌재는 어디까지나 헌법을 해석해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 재판 역시 공권력으로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그 경우) 헌재에서 헌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심"이라며 "4심제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헌재 업무 폭증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헌재가 37년간 경험을 통해서 여러 심사기준을 확립하고 있다. 재판소원도 헌법소원의 한 유형이고 여러 심사기준을 적용해 어렵지 않게 사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행정적인 부담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천 처장은 재판소원이 결국 다시 한번 판단을 받는 과정을 밟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실상 '4심제'이며 분쟁 해결의 장기화와 서민의 소송 비용·부담 증가를 불러올 것이라는 대법원의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천 처장은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의 관련 질의에 "재판소원은 어떻게 포장하든 간에 네 번째 재판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4심제가 아니라는 헌재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천 처장은 특히 "헌재에서 임의로 사건을 고를 수 있다는 전제로 하는 이상 사건이 늘어나기 때문에 법조인들에게 정말 좋은 제도일 수 있다"며 "그러나 모든 부담이 서민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소송 비용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송지옥'으로 서민들이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서민들이 저비용으로 사법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쪽으로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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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5.10.30 pdj6635@yna.co.kr

천 처장은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여러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재차 우려의 뜻을 밝혔다.

우선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선 "고경력 우수 법관을 (대법원) 연구관으로 많이 데려와야 해서 사실심 재판 역량이 약화하고, 현재 '저비용 고효율' 사법 시스템이 '고비용 저효율'의 사법 시스템으로 바뀌어서 국민들에게 모든 부담이 돌아간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법왜곡죄'(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해석하는 검사와 판사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법안) 도입안에 대해서는 "심판을 심판한다는 법"이라며 "심판, 재심판, 재재심판 이렇게 무한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처장은 "끝없는 고소·고발로 '분쟁 종식'이 아닌 '분쟁을 확대 재생산'하는 사회 안정성 침해, 사회 통합 침해"라면서 "공론화 절차를 통해 무엇이 국민에게 유리한 사법제도인지 모든 사법, 국회 관련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저희도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언급된 '법원행정처 폐지'에 대해서는 과거 이뤄진 논의를 언급하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천 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를 폐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1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결국 대안이 없었다"며 "제시된 대안은 오히려 '사법부 독립이나 여러 면에서 치명적 위험이 있다'는 차원에서 (당시) 반대 의견을 제출했고 결국 국회에서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폐지 또는 대폭 축소를 전제로 인력이 34∼35명에서 10∼11명까지 줄어든 적이 있다. 그 기간 재판 지연과 국민 불편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다시 행정처 진용을 가꾸고 국민을 위한 관점에서 여러 사법제도 개혁 조치를 해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구속영장 심사 제도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안을 두고는 "국민 참여를 통한 사법의 민주화 방향성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구속 심사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시기적 절박감 때문에 (도입하면) 여러 부작용이 많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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