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무역 휴전…한국 외교 운신의 폭 넓어질까
부산서 확전자제·상호방문 합의…미중 사이 낀 韓 '양자택일' 압박은 일단 피해

북한문제 해결에도 기여 가능성…"일시적 봉합일 뿐 갈등구조는 여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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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종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30 handbrother@yna.co.kr

(기사발신지=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무역전쟁으로 치닫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하면서 미중 경쟁 구도에 낀 한국 외교 운신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중 양국이 극한의 대립 대신 당분간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합의를 하면서 한국 입장에선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부담은 일단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합의가 통상 분야에서의 일시적 갈등 봉합일 뿐 세계 경제와 군사·안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한국 입장에선 근본적인 환경 변화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약 100분간 양자회담을 하며 무역전쟁 확전 자제에 합의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협력에 동의했으며, 그 대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온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한 것이 골자다.

중국과 미국이 최근 각각 희토류 수출 통제와 추가 관세(100%) 카드를 꺼내면서 확전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6년여 만에 대좌한 자리를 통해 일단 '파국'을 피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그 이후에는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상호 방문 계획에도 합의하며 양국이 당분간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동맹국 미국과 최대 교역국 중국 중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입장에서는 미중이 극단적 대립으로 치달을 경우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원만한 미중관계는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모두 원활하게 추진해 나갈 공간을 한국에 만들어 줄 수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열린 APEC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2위 무역 상대국"이라며 "세계 1·2위 무역국이 균형점을 찾고 공급망과 여러 이슈에 대해 안정화를 기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갈등 관리에 나선 것은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은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국제 안보 위기가 닥칠 때 생존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며 미중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관계를 조성하는 것이 북한 문제 해결에 우호적 환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도 이날 연합뉴스TV 출연, "남북문제를 푸는데 G2 역할이 결정적"이라며 "미중이 같은 목소리나 비슷한 노선을 가질 때 남북문제와 한반도 평화, 비핵화를 정착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거론이 되지 않았거나, 논의했더라도 공개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동안 미중 정상의 소통 과정에서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 의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고 이 계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려 할 수도 있는 만큼, 미중의 북한 문제 조율이 앞으로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날 미중 간 합의는 통상 분야에서의 일시적 갈등 봉합일 뿐이며, 인도·태평양을 무대로 한 미중의 군사적 각축전 속에서 한국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만은 않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한 핵추진 잠수함 문제는 미중 양국 사이에 놓인 한국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당시 북한과 중국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허용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요청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지역 평화·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하지 그 반대를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표하기도 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표면적으론 미중 갈등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군사적 대립 구도와 무역 갈등은 여전하다"며 "앞으로 중국이 한국에 더 이상 미국으로 경도되지 말라는 요구하고, 미국의 압박도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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