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눈물 속 방출' 레베카, 친정팀 기업은행 격파 선봉
시즌 최다 34득점에 공격 성공률 44.7%로 3-2 승리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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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기뻐하는 흥국생명의 레베카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이겨서 기쁜데 조금 더 달콤하기는 합니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28·등록명 레베카)이 4년 전 몸담았던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3-2 승리에 앞장서며 팀의 4연패 사슬을 끊은 기쁨을 전했다.
7일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열린 경기도 화성체육관.
레베카는 상대 팀이 4년 전 뛰었던 친정팀 IBK기업은행이어서 이날 경기가 더욱 특별했다.
2021-2022시즌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첫발을 디뎠지만, 기대에 못 미친 탓에 시즌 초반 눈물을 머금고 방출됐던 아픔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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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시절의 레베카 라셈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DB 금지]
그는 기업은행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 정규리그 14경기(47세트)에서 총 199점(경기당 평균 14.2점)에 그쳤고, 공격 성공률도 34.82%로 저조했다.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선수단 내홍이 겹친 기업은행의 방출 통보를 받고 2021년 12월 9일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그는 고별 경기에서도 싫은 내색 없이 경기에 집중한 뒤 선수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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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전을 마친 후 기업은행 선수들과 포옹하는 라셈(중앙)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7순위 지명권을 얻은 흥국생명으로부터 낙점받아 V리그로 돌아왔고, 마침내 친정팀과 코트를 사이에 두고 '적'으로 만났다.
1세트 7득점에 이어 듀스 혈투가 펼쳐진 2세트에 12점을 쓸어 담으며 두 세트 승리를 견인한 그는 세트 점수 2-2로 맞선 5세트에도 5득점에 공격 성공률 62.5%로 15-11 승리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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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는 흥국생명의 레베카 라셈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이날 성적표는 총 34득점, 공격 성공률 44.7%와 공격 효율 34.21%.
양팀 최다인 38점(성공률 41.5%)을 사냥한 상대 외국인 주포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에게 득점에선 밀렸지만, 필요할 때마다 한 방을 터뜨리며 3-2 승리에 기여했다.
34득점은 올 시즌 출전한 6경기에서 기록한 최다 득점이고, 30점을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팀의 4연패 사슬을 끊으며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기쁨이 더욱 컸다.
그는 "최근 몇 경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번에 변화를 줘 득점을 많이 하려고 했다"면서 "기업은행이어서 이겨야 하는 것보다는 활약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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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하는 흥국생명의 레베카 라셈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날 자신의 경기에 '몇 점을 주고 싶으냐'는 말에는 "점수를 매기는 게 어렵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더 기여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2 승리를 지휘한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도 이날 레베카 경기력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나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좋아질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레베카 경기에 들어설 때마다 한 뼘씩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훈련할 때 스피드를 높이려고 하는데 스피드 높이면 파워도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사실 더 많이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속해 더 발전시키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세터 이나연, 서채현과 호흡에 대해선 "두 세터 모두 팀에 좋은 에너지를 준다"면서 "이나연 선수는 조금 빠르게 토스해준다. 그리고 서채현 선수는 힘이 좋아 잘 쏴준다. 둘 다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1라운드를 마친 것과 관련해 "오늘 경기에서 이겨 잘 마무리해서 좋다"면서 "6경기에서 2승밖에 못 했기 때문에 2라운드에서 더 많은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다. 개인적인 부분에선 성장한 모습 보이고 후회 없이 더 쏟아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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