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 한번 안 낸 착한 남편"…울산발전소 사고 유족 '침통'
"위험한 곳 왜 맨몸으로 보냈는지" 분노에 "후진국형 사고반복 안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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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사망자 전모(49)씨 빈소 [촬영 장지현]

(기사발신지=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살림이 아무리 어려워도 부인한테 큰 소리 한번 안 낸 사람인데…"

7일 오후 7시께 찾은 울산 남구의 한 장례식장.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희생자 전모(49) 씨 빈소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갑작스러운 부고에 친지가 미처 다 모이지 못해 빈소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고, 몇몇 친척이 한숨을 쉬며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전씨는 이번 사고로 매몰된 7명 중 가장 먼저 수습된 사망자다.

붕괴 후 약 19시간 동안 잔해 속에 묻혀있다가, 이날 오전 9시 6분께 주검으로 돌아왔다.

영정사진 속 그는 선한 눈매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빈소 입구에는 사고 현장 공사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과 해체 작업 시공사인 HJ중공업 명의 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전씨의 부친과 자주 왕래한다는 친척 A씨는 "부인 말로는 지금까지 살면서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아무리 쪼들리고 살림이 어려워도 큰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울산에 살아서 잠시 집에 갔다가 오늘 아침에 전화해보니 '사람을 찾긴 찾았는데 죽었다'고 하더라"며 탄식했다.

"전씨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거의 공황 상태다.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나. 내 눈앞에서 내 아들이 그렇게 됐는데…."

고인은 착한 남편인 동시에 믿음직한 형이었다.

전씨의 동생 B씨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살아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형은 늘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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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화력 붕괴 현장 야간작업 계속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야간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고로 2명이 구조됐고 7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5.11.6 jjang23@yna.co.kr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족은 황망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B씨는 "형은 그냥 열심히 일하러 갔던 것뿐인데 어이없는 사고에 휘말렸다"며 "그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구조작업 하는 데도 주변 타워가 또 무너질까 봐 위험하다고 크레인 작업을 중단했다고 한다"며 "그만큼 위험한 곳에 대체 사람을 왜 맨몸으로 들여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척 A씨도 "비용 좀 아끼고 시간 줄이려다 사람 목숨만 잃었다"며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젊은 사람 하나가 죽으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일뿐더러 가정은 더 말할 것 없이 참담하다"며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돼서는 안 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전날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타워 해체 작업을 위해 투입된 발파업체 소속 작업자 7명이 매몰됐다.

현재까지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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